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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점이라도 더…" 뜨거운 고사장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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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85학년도 대입학력고사가 실시된 23일 전국의 각고사장엔 이른 아침부터 수험생과 학부모·친지·수험생의 고교선후배들까지 몰려 고사장안팎이 뜨거운 「입시전쟁」의 열기로 가득찼다.
고교3년의 학업을 결산하는 수험생들이 1점이라도 더 따기 위해 고사장안에서 안간힘을 쏟는 동안 밖에선 학부모 친지들이 자녀들의 「필승합격」 을 안타깝게 빌며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거렸고 선후배들은 곳곳에 격문을 붙이고 뜨거운 보리차를 나르는 등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않았다.

<고사장주변>
○…서울 안국동 풍문여고 고사장에는 교문앞에 「숭의화이팅!」「동덕 최선을」「승리는 집념의것」 「언니들 힘내세요」 등의 피킷을 든 여고1,2학년생들이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선배들을 격려했다.
21개교 여고생이 시험을 치는 이곳에는 이화 경기 혜화여고등 각 학교 학도호국단 후배들이 나와 뜨거운 커피·코코아·귤·사탕을 나눠주고 최선을 다하라고 힘을 북돋웠다.
○…휘경중 교문은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이 붙인 엿과 떡이 범벅이 돼 고사장의 뜨거운 열기를 실감케했다.
한움큼의 찹쌀떡을 교문기둥에 열심히 붙인 수험생 이기열군 (19·청양고)의 어머니 백선영씨 (51·전북정읍군정읍면삼풍리) 는 『약대를 지망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기도하며 빚은 떡을 안고 밤새 열차로 달려왔다』며 아들의 합격을 빌었다.
○…서울청량리1동 청량중학교 교문주변에는 「유리 겔러, 하나·둘 셋, 고득점먹어라」 「뛰어라 날아라 하늘의 별을 따라」는 등 격문 30여장이 나붙였다.
또 이 고사장앞에서 건대부고 경희고등 재학생들은 고사장에 들어가는 선배수험생들을 격려키 위해 교가와 응원가를 불렀다.
○…경서중학교 정문 학교표지판에는 학부모들이 붙여놓은 엿으로 학교이름 글자가 덮이자 학교수위 유제호씨(47) 가 부지런히 떼어내는 모습으로 대조를 이뤘다.
학부모들은 유씨가 엿을 떼내자 『부모들 심정을 그렇게 이해 못하느냐』 며 항의를 하기도했다.
○…농·맹·약시·뇌성마비·구치소 재소자등 특수수험생들은 각각 별도의 고사장에서 특별시험을 치렀다.
전국27명 (여자4명)의 맹아수험생들은 서울신교동산1서울맹학교 본관2층 자료실에서 일반시험지보다 1·5배 큰 점자로 만들어진 시험지로 시험을 치렀다.
이들은 시험시간도 일반수험생보다 1교시당 50분씩 더 길어 제4교시가 일반고사장보다 1시간45분 늦은 하오6시35분에 끝난다.
17일부터 맹학교 이환재교감등 교직원 6명이 중앙교육연수원에 들어가 만든 점자시험지는 이날 상오7시30분쯤 트럭편으로 수송되었다.
농자 수험생 12명은 서울농아고교에서 시험을 치렀으며 약시자 10명은 제8고사장인 서울여의도중학교 본관l층에 마련된 약시교실에서 시험을 치렀는데 약시자의 시험지는 일반학생들 것보다 활자크기가 2배로 확대된 특수시험지.
현재 영등포구치소에 수감중인 재소자 8명은 서울구로중에 따로 마련된 고사장에서 교도관과 감독관2명의 감독을 받으면서 시험을 치렀다.
○…서울안국동 풍문여고 고사장에서는 서울청파2동 복자수녀원의 이인자수녀(32)등 수녀 수험생 2명이 수녀복을 입고 고사장을 들어서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이수녀는 『82년 대입검정고시에 합격, 지난해 학력고사를 봤으나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지 못해 올해 다시 시험을 치르게 됐다』 며 나이쯤은 아랑곳없다는 듯 담담한 표정.
○…제주에서는 40대 아버지가 아들딸과 함께 입시를 치러 이채.
제주의 제7고사장인 중앙중학교에는 지난 55년 1회졸업생을 내고 페교된 북제주군 신창농고 졸업생인 김석필씨 (46) 가 장남 한수군(22) , 막내딸 숙이양(17)과 함께 시험을 치렀는데 한수군은 지난해 제주대학에 입학했으나 아버지와 같이 한의사가 되기 위해 다시 시험을치렀다.
○…대구에서는 만 51세인 임무근씨 (대구시 대현동 390)가 제30고사장인 경복중학교에 나와 수험번호 403989번을 달고 아들뻘인 수험생들과 함께 나란히 책상에 앉아 시험을 봐 눈길을 끌었다. 대학에 다니는 딸등 1남3녀를 두고있으며 병리기사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박씨는 지난해에도 응시원서를 냈으나 시험을 치지 않다가 올해 학력고사에 응시했다고.
○…서울도곡동 숙명여고에서는 이날 1교시가 끝나자 서울서문여고출신 재수생 김원희양(l8)등 3명이 시험지에 적어놓은 답을 OMR카드에 옮겨달라고 애원.
김양등은 이날 너무 긴장한 탓인지 고사본부측에서 1교시 종료10분전에 시험지에 체크한답을 OMR카드에 옮겨적도록 방송을 했으나 이들은 이 방송도 듣지 못한채 시험을 치르고 나왔다가 뒤늦게 자신들의 답안지 작성이 잘못됐음을 깨닫고 고사본부로 가 울며 애원을 하게된 것.
김양은 고사본부에서 『선생님, 3수를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제발 답을 옮겨 적을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라며 울먹이며 애원, 고사본부측에서는 『여학생들중에는 이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육구청등과 처리방안을 협의, 처리하겠다』 고 답변, 이들을 되돌려 보냈다.

<고사관리>
○…대입학력고사가 실시된 이날 가장 후련한 해방감을 맞은 사람들은 역시 출제를 맡았던 66명의 교수와 문제검토를 담당했던 66명의 고교교사및 1백59명의 문제제지 인쇄요원들.
이들중 출제요원은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인쇄요원은 서울영등포의 보진재인쇄소에서 경찰관의 삼엄한 경비속에 외부와 일체의 연락이 차단된채 지난 한달동안 「감옥아닌 감옥생활」을 하다가 이날 고사실시와 동시에 풀려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들여오는 음식과 내보내는 빈그릇까지도 철저히 검사를 받아야했고 한 출제요원은 부모상을 당하고도 장례참석조차 하지못했다.
○…이번 학력고사는 응시대상도 사상최대규모를 기록했지만 관리에 동원된 요원 또한 단일행사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를 기록.
문교부는 전국5백80개 고사장에 입회교수등 모두4만8천1백18명을 배치했는테 이들을 고사장별로 연고지가 엇갈리게 배치하느라 세심한 배려를 했다.

<사고>
○…선일여고3년 박미경양 (19)은 상오6시40분 연탄가스에 중독돼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뒤 병원측이 제공한 앰불런스로 고사장인 귀산중에 도착,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박양은 이날 언니 (21) 와 함께 잠을 자다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신음중인것을 가족들이 발견, 인근 정구성심병원으로 옮겨 산소호홉기로 응급치료를 받은뒤 상오7시50분쯤 제정신이 들어 고사장으로 향했다.
○…서울도곡동 진선여중에서는 서울숙명여고출신 재수생 하은경양 (19) 과 조정임양 (19·서울은광여고3년) 이 똑같은 수험번호(135657)를 달고나와 수험생과 고사본부가 당황.
하양은 이날상오 6시50분쯤 고사장에 도착, F고사실 자기자리에 앉아있었는데 8시10분쯤 입실한 조양이 자기자리라며 수험표를 내보였다.
하양과 조양이 서로 수험표를 대조, 수험번호가 똑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고사본부로 달려가『어떻게 된 일이냐』 며 발을 동동 구르자 고사본부측은 수험원서를 대조해 조양의 수험번호가 틀림없는 것을 확인, 조양을 그자리에 앉게하고 하양은 경시생 자리에서시험을 치르도록 임시조치를 했다.
하양의 수험번호를 추적한 서울강남교육구청과 고사본부는 이날상오 8시50분쯤 하양의 수험번호가 원래는 「135857」이였는데 수험번호를 스탬프로 찍는 과정에서 가운데 숫자인 「8」 자가 희미하게 찍히는 바람에「6」자로 보였다는 것을 발견, 하양의 본래의 자리인 22고사실로 다시 옮겨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23일상오7시40분쯤 146번 시내버스에서 수험생 허미영양(19· 예일여고3년)이 수험표가 든 책가방을 두고 내린것을 승객이 발견해 서울서부경찰서 선인파출소에 신고.
선인파출소 정병식순경은 수험표를 확인한뒤 직접 고사장인 선경여중으로 달려가 수험장에 들어가지 못한채 발을 동동 구르고있던 허양에게 수험표를 전달해 무사히 시험을 치르도록했다.

<수송작전>
○…주영복 내무부장관은 학력고사 하루전인 22일 승용차를 갖고있는 간부들을 전원 소집, 「수험생,수송차량」 이라고 쓴 가로25㎝, 세로15㎝ 크기의 스티커를 나눠주고 23일 1교시 입실마감시간까지 전원 수험생수송에 나가도록 지시.
○…또 이날상오8시40분쯤 서울 경복여상3년 추영춘양(19) 이 경찰사이드카에 실려 울면서 고사장에 입장, 주위의 눈길을 끌었다.
추양은 이날 고사장을 잘못알고 서울반포동 세화여중으로 갔다가 뒤늦게 자신의 고사장이 진선여중인것을 알고 상오8시30분쯤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나와 차를 잡지못해 애태우다가 수험생 수송작전을 돕던 서울시경 교통순찰대소속 최용순경 (43)에게 발견돼 사이드카를 타고 가까스로 수험장을 찾아 시험을 치르기도했다.
○…23일 상오8시쯤 서울구로동 영민중 정문앞에서 수험생 이민선양(19)이 고사장을 잘못찾아와 울고있는 것을 시경순찰대 고광은경장이 발견, 이양을 순찰차에 싣고 2㎞쯤 떨어진 영서중고사장으로 데려가 입실종료 2분전에 가까스로 들여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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