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범위놓고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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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행학생들에 대한 처리방침이 확정된 19일 하오 학생들을 수사해온 9개 경찰서는 훈방대상학생 학부모들에게 경찰서로 나와 자녀들을 데려가도록 전화로 통보.
서대문경찰서의 경우 이날 하오 9시30분쯤 학부모 10여명이 경찰서 구내식당에 모이자 경찰관계자가 나와 학부모들에게 미리 인쇄된 각서용지에 서명 날인하도록 하는 등 훈방준비를 했다.
이 각서는 『본인은 연세대○○과에 다니는 ○○○의 부형으로서 자식이 지난 14일 학생의 본분을 망각하고 민정당사에 난입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에 누를 끼쳐 보호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앞으로는 자녀들 시도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불미스러운 사례가 없도록 책임지고 선도할 것을 각서로 제출하며 신병을 인수합니다』라는 내용.
○…경기도 부평에서 온 누나와 함께 경찰서를 나서던 연세대 화공과2년 박모군(20)은 『오늘 하오 8시쯤 서장으로부터 일부학생이 훈방된다는 소식을 듣고 9시30분쯤 훈방사명단을 정보과 직원으로부터 들었다』며 훈방되기 직전 각서를 썼다고 말했다.
박군은 『정보과장이 부르는대로 받아적은 각서에 지장을 찍고 나왔다』며 각서 내용은 「상기 본인은 이번 민정당사 난입사건에 대해 학생신분에서 벗어난 것임을 깨달아 다시는 이와같이 학생신분을 벗어난 일을 할 경우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최남수 서울서대문경찰서장은 19일 하오 11시30분 훈방대상자 학부모 19명을 정보과 사무실로 모아놓고 훈시형식의 「당부의 말씀」을 통해 『여러분은 자녀들이 경찰로부터 맞은 것만 생각하지말고 여러분의 자제들 때문에 전경대원 등 69명이 부상당한 것도 생각해서 이시간부터라도 반성해야 된다』고 강조.
최서장의 훈시뒤에 한 여자학부형이 폭력경찰 운운하는 질문을 던지자 최서장은 『경찰폭력은 말도 안된다. 문제는 오히려 여러분의 자녀를 잘못 교육시킨 탓이다』라고 고함을 쳐 고성이 사무실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19일 열린 학원대책회의와 관계기관 협의과정에서 연행학생 처벌범위나 기준결정에 많은 진통이 있었다는 후문. 경찰는 연행된 학생들의 처리방침을 ▲구속 ▲불구속입건 ▲즉심 ▲훈방 등 4가지로 분류했다가 불구속입건은 처벌에 실효가 없다는 의견이 많아 처벌방안에서 제외시켰다는 후문.
이같은 조치는 최근 서울대학내사태와 관련, 불구속입건됐던 최형두군(22·사회학과4년·수배중) 등 2명이 다시 이번 민정당사 농성사건을 주도해 불구속입건의 처벌효과가 즉심회부보다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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