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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아, 너희 죽음이 큰열매 맺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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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효순아, 미선아-. 부디 이승에서 못다 이룬 꿈은 이승에 두고 저 하늘에서나마 너희들 꿈을 이루기 바란다. 훗날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있거라-'.

오는 13일은 미군의 무한궤도 차량에 깔려 숨진 여중생 신효순.심미선(당시 14세)양의 1주기가 되는 날이다.

申양의 아버지 신현수(申鉉洙.50.농업.경기도 양주군 광적면 효촌리)씨와 어머니 전명자(全明子.41)씨 부부는 1주기를 앞두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며칠 밤을 새워가면서 쓴 편지는 지난 2일 작은 딸(13)이 워드 프로세서로 입력해 프린터로 출력했다. 하늘나라로 가는 편지는 효순이의 앨범에 고이 끼워 두었다.

본지 기자에게 처음 공개한 편지에는 먼저 떠난 자식을 그리워하는 아픈 사랑이 절절이 배어 있었다.

'너희들이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던 날, 들판은 너희들의 꿈과 같이 푸르렀지. 이제는 둥지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구나'. 편지는 생생하기만 했던 1년 전의 딸 아이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부모.형제의 보호가 필요한 너희들, 아래 윗집에서 태어난 너희들은 14년간을 헤어지지 못하고 같이 놀고 같이 학교에 가고 하더니 하늘까지 같이 간단 말이냐 '. 어린 자식을 더 많이 보살폈으면 싶던 부모의 마음은 이렇게 이어진다.

'너희들이 가면서 남긴 씨앗은 그대로 썩지 않고 움이 트고 자라 이제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구나. 앞으로 더욱 자라 두 그루의 나무가 될 때에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너희들 이름이 추모비에 새겨지고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으니 너희들은 이 곳에 아직 남아 있단다 '.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며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 申씨는 "효순이와 미선이가 편안히 눈을 감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이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沈洙輔.49.농업)씨와 어머니 이옥자(李玉子.46)씨는 이날도 사고 현장 도로변에 세워진 추모비 앞에서 촛불을 켠 뒤 두 손 모아 명복을 빌었다.

沈씨는 "촛불시위 등으로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미선이와 효순이의 명복을 빌어준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沈씨도 오는 13일 1주기 때 미선이와 효순이에게 보내는 하늘나라 편지를 띄울 생각이다.

한편 '6.13 효순 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준비위원회'는 3일 주한 미대사관 앞에서 이날부터 13일까지를 여중생 추모주간으로 선포했다. 준비위는 오는 6일 경기도 의정부시 미2사단 앞에서 인간띠 대회를 열고, 12일에는 경기도 양주군 효촌리 사망현장에서 촛불 행진도 벌일 계획이다.

13일 오후 5시부터는 서울 시청 앞에서 여중생 추모 대회 및 촛불 대행진을 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선 신해철.안치환 등의 가수 공연과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탑 제막식, 추모문학상 수상식 등이 이어지게 된다.

양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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