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피, 암살음모 꾸몄다가 "망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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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비아국가원수 「가다피」가 이집트정보부(비밀경찰)때문에 국제망신을 망했다.
「가다피」는 카이로에 살고있는 리비아의 전수상 「바쿠시」를 처치하기위해 4명의 암살단을 이집트에 몰래 보냈다가 들통난것.
「바쿠시」는 67∼68년에 수상을 지내다가 「가다피」에게 권력을 빼앗긴뒤 77년 이집트로 망명, 리비아구국전선사무총장이 되어 「가다피」타도운동을 벌여왔다.
「가다피」가 보낸 암살단은 영국인 2명, 몰타인 2명으로 한사람앞에 25만달러(약 2억원)씩 주기로 계약되었다.
암살단은 지난주 카이로에 도착, 성사되면 15만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현지하수인을 물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집트 비밀경찰에 정보가 탐지됐다.
비밀경찰은 요원 한명을 하수인으로 가장시키는데 성공, 암살단을 일망타진했다.
이집트비밀경찰은 이에 그치지 않고 「바쿠시」가 「가다피」의 계획대로 암살된것처럼 꾸민 사진을 찍어 그것을 크레타섬에서 「미테랑」프랑스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던「가다피」에게 전했다.
이 사진가운데는 「바쿠시」입에 재갈이 물려있고 옆에 총든 사나이가 서있는 장면, 얼굴과 목에 피가 낭자한 모습, 피에 뒤범벅된채 침대에 쓰러져 죽은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이 사진들은 「바쿠시」가 직접 등장하여 페인트를 뿌려찍은것.
사진을 받은 「가다피」는 리비아국영통신 야나를 통해 『반역자 「바쿠시」는 혁명군에 의해 이집트에서 처형됐다』고 의기양양하게 발표했다.
이를 기다리고 있던 「바쿠시」는 이집트내무장관 「루시디」와 함께 TV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갖고 건재를 과시한후 암살모의의 전모를 백일하에 폭로한 것이다.
붙잡힌 4명의 암살단도 따로 기자회견을 시켜 방영했다. 「무바라크」이집트대통령은 「가다피」의 암살대상에 「대처」영국수상·「미데랑」프랑스대통령·「콜」서독수상, 그리고 인도·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원수도 포함되어있다고 말하고. 「가다피」를 국제테러리스트라고 규탄, 망신을 톡톡히 안겨주었다. <런던=이제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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