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도운 NC 김태군의 전경기 선발 출장 도전

중앙일보

입력

비가 김태군(26·NC)을 도왔다. 하마터면 깨질뻔 했던 전경기 선발 출전 기록이 우천 취소로 이어졌다.

1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3루측 더그아웃에서 만난 김태군(26)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올 시즌 개막 이후 이어왔던 전경기 선발 출장기록이 깨졌기 때문이다. 10일까지 58경기에서 모두 선발 포수로 나섰던 김태군은 이날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7회 타석에서 자신이 친 타구에 왼발을 맞았기 때문이다. 김태군은 "복숭아뼈 앞쪽이다. 내가 파울을 치고 맞은 거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고 했다.

김태군의 빈 자리는 2년차 박광열(20)이 차지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경기 후반에는 김태군을 내보낼 것"이라고 했다. 전경기 '선발' 출장은 아니지만 전경기 출전 기록은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태군은 '아깝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그는 "밤에 계속 아이싱을 했는데 쉽지 않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짜다라시한(작은) 부상이라 더 아쉽다. 지난해 9월 6일부터 연속 선발 출장 기록을 이어왔는데 아쉽다"고 했다.

김태군이 그렇게 아쉬워한 건 올해 유일한 목표가 전경기 선발 출장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 포수는 강민호(2006년)와 조인성(2010년) 뿐이다.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이 큰 포수가 전경기에 뛰기는 어렵다. 김태군은 "지난해 엔트리에서 2번 빠졌다. 지난 시즌 뒤 감독님이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 틈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내게는 단순히 자리를 비우지 말라는 게 아니라 풀타임으로 나가야한다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노력도 기울였다. 겨우내 웨이트트레이닝 훈련을 열심히 하고 근육 발달에 좋다는 수영도 했다.

단순히 출장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김태군은 타율 0.277·3홈런·20타점의 준수한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다. 안방마님으로서도 젊은 선수들이 많은 투수진을 잘 이끌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김태군의 장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잘 하는 것도 없고, 못 하는 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김태군이 잘 못해서가 아니라 선수를 칭찬했을 때 경기가 잘 안풀릴까봐서였다. 김 감독은 "칭찬 좀 해주려고 했는데 오늘 빠진다"면서 내심 제자의 활약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태군은 "한 달에 홈런 1개씩 쳐서 지금 3개다. 이번 달에는 초에 홈런이 나왔으니 6개월로 계산해서 7개 정도는 치고 싶다"고 웃었다. 그는 "진심으로 내가 잘 치는 것도 좋지만 투수들을 잘 도와서 팀이 이기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김태군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기적적으로 김태군의 연속 선발 출장 도전은 이어지게 됐다. 경기 전부터 가늘게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1회 말 노게임이 선언됐기 때문이다. 노게임이 되면 경기 관련 기록은 모두 무효가 된다. 김태군이 12일 두산전에 선발로 나선다면 연속 선발 출전 기록도 이어갈 수 있다. 김태군은 경기 뒤 "다시 욕심을 강하게 내보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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