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거품 속속 빠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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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치솟기만 하던 아파트 분양가가 빠질 조짐이다. 투기과열지구 확대.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등 투기억제책으로 이들 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주택업체들이 미분양을 우려, 분양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그동안 업체들은 청약 열기를 틈타 인근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를 책정, 기존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전매 전면금지 조치로 업체들의 분양가 부풀리기에도 제동이 걸린 셈이다.

우림건설은 이달 중순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 분양할 아파트(2백93가구) 분양가를 앞서 공급한 다른 업체보다 평당 30만원 정도 낮춘 5백30만원선으로 잠정 결정했다.

32평형 예상 분양가는 1억7천만원대다. 지난달 말 인근에서 분양한 한화 꿈에그린 33평형이 1억8천6백만원이었다.

쌍용건설도 같은 지역에서 10일부터 계약하는 쌍용스윗닷홈(1백84가구)의 경우 분양가를 4~5% 낮추는 효과가 있는 중도금 무이자 대출제를 적용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분양가를 높여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보다 분양을 빨리 끝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풍림산업은 이달 말 분양 예정인 파주 금촌2지구 풍림아이원(5백63가구) 분양가를 당초 평당 7백만원까지 잡았으나 미분양을 우려해 6백30만~6백50만원으로 낮췄다.

풍림은 이달 말 내놓을 시흥시 월곶 4차(7백가구) 분양가도 평당 4백90만원 안팎에서 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지역 분양권은 평당 5백40만원을 호가한다.

풍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 금지 조치가 시행되면 분양 시장이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분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달 하순 안산시 고잔지구에서 7차분 34~68평형 1천3백여가구를 분양할 예정인 대우건설도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분양시장이 위축될 텐데 분양가를 주변 최고 시세로 잡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시장조사를 통해 부담되지 않는 선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인 대전시 유성구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이달 말 동시분양 방식으로 4천여가구를 공급할 쌍용.한화.중앙건설 등 6개 업체들도 분양가 산정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체 관계자는 "당초 분양가를 평당 4백80만~5백만원까지 잡았으나 전매금지 조치를 감안해 4백60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분양가 산정에 눈치를 보고 있는 다른 업체들도 이달 분양할 아파트의 청약.계약률이 낮아지면 분양가를 낮출 것으로 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상대적으로 수요층이 두텁지 않은 수도권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분양가 인하 도미노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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