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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우량기업」그 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웁스!』
근착 미 경제지 비즈니스 위크는 표지에서 이런 괴성을 질렀다. 영어로 웁스(oops)는 어리둥절할때 저절로 나오는 소리다. 우리말의 『어럽쇼』와 비슷하달까.
바로 2년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베스트 셀러가 있었다. 「T·피터즈」와 「R·워터맨」공저 『초우량기업을 찾아서』(원제=In Search of Excellence)―.
그동안 미국에서만 2백80만부가 팔렸다. 외국서 출간된 번역판·복사판도 역시 베스트 셀러.
이 책은 미국의 「초우량」기업 43개사를 추적, 경영의 특징과 강점이 무엇인가를 알아냈다. 저자가 제시한 「초우량」기업의 8계명은―.
①하면 된다는 행동중시 ②고객에의 밀찰 ③자주성과 기업가정신 ④사람을 통한 생산성향상 ⑤가치추구의 실천 ⑥업종고수 ⑦소수정예주의 ⑧엄하기도하고 부드럽기도한 경영체제.
이것은 종래의 많은 기억들이 갖고 있던 타성, 이를테면 너무 분석적이어서 아무 일도 못하고, 너무 관료적이고, 이노베이션(발명과 개발)에 너무 소극적이고, 고객이나 종업원에게 너무 무관심한 기업들에 대한 일대 경종이었다.
저자들은 일약 경영컨설턴트의 스타가 되어 옷소매가 찢어질 지경이었다. 강연에 한번 나가는데 1만3천달러. 연평균수입이 자그마치 1백50만달러.
그러나 웁스! 그후 2년사이에 책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뜻밖이었다. 비즈니스 위크지가 찾아가 본 「초우량」기업들의 오늘은 윤기를 잃고 있었다. 43개사중 적어도 14개사, 그러니까 3분의 1이 형편 없었다.
이들은 수익이 떨어지고, 아니면 기업상의 문제, 관리상의 문제로 두통을 앓고 있었다.
독점적 기술개발에 등한한 기업, 정부의 정책변화나 문화적 배경에 둔감한 기업들이 그 속에 포함된다.
우울한 기업 14개사중 12개사는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회사들이었다. 디즈니 프러덕션(영화) 조차도 너무 순진하게 창업시절의 기분에만 집착해 창의성에 뒤떨어져 많은 관객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경제적 시야가 너무 좁은 것이 「초우량」의 지위를 약화시킨 원인이었다. 필자 자신의 말을 들어 보자. .「워터맨」왈, 『우리는 경영의 과학이 아니라 경영의 예술(art)을 얘기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상과 현실의 차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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