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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금요일] 제퍼디 정복한 수퍼컴 왓슨 … 인간이 퀴즈왕 되찾을 날 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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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더스틴 호프먼과 톰 크루즈가 형제로 출연한 영화 ‘레인맨’(1988). 자폐증 환자이지만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 분)에게는 오랜 습관이 있다. 바로 퀴즈쇼를 보는 것. 형은 “나 5시에 제퍼디(Jeopardy) 봐야 해”라며 동생 찰리(톰 크루즈 분)를 재촉한다.

 레인맨의 장면 속에 언급되는 퀴즈쇼는 미국 최장수 TV 퀴즈프로그램인 제퍼디다.

 1964년 3월 30일 NBC에서 처음 방송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역사·문학·예술·문화·과학·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의 퀴즈를 맞히는 재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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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0일 제퍼디는 7000회를 맞이했다. 7000회는 84년부터 제퍼디의 고정 진행자로 마이크를 잡은 앨릭스 트레벡(74)의 진행기간만을 꼽은 것이다. 앨릭스 트레벡은 제퍼디를 맡은 두 번째 사회자로 31년간 쇼를 진행 중이다. 초대 진행자는 아트 플레밍이었다. 플레밍의 진행기간부터 따지면 5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는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키즈 위크, 교사들끼리 지식을 겨루는 티처스 토너먼트 등 다변화됐다.

 미국 전역에선 TV를 틀면 항상 제퍼디 쇼를 만날 수 있다. 지역별로 시간대가 다르지만 뉴욕의 경우 ABC방송에서 오후 7시에 방영된 뒤 다음 날 낮 2시30분에 각각 재방송된다. 평균 시청자는 2500만 명에 달한다.

 6명으로 이뤄진 제퍼디 퀴즈 연구 조사팀과 8명의 작가가 문제 출제에 늘 매달려 있다. 제퍼디는 2006년부터 공식 사이트에서 온라인 테스트 서비스도 하고 있다. 지금까지 100만 명 이상이 온라인 테스트에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제퍼디 퀴즈쇼는 플레이스테이션3 게임으로도 출시됐다.

인간과의 퀴즈 대결에서 이긴 IBM의 컴퓨터 왓슨(위쪽 가운데). 철자 실수로 탈락한 비운의 소년 토머스 헐리(왼쪽)와 ‘퀴즈왕’ 켄 제닝스(오른쪽).

 제퍼디에는 다른 퀴즈쇼들과 다른 독특한 출제 방식이 있다. 주어진 내용을 듣고 원래 문제가 무엇인지를 쓰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는 1890년에 사망했다. 1990년 그가 그린 그림인 ‘의사 가셰의 초상’은 8250만 달러(918억원)에 팔렸다”라는 내용을 들은 참가자는 “반 고흐는 누구인가?”라고 적어야 정답이 되는 식이다.

 지금까지 쟁쟁한 인물들이 제퍼디 퀴즈 출제위원으로 참여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789년 미국의 첫 부통령이 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참가자들에게 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연어 등에 풍부한 영양소에 관한 문제를 출제했다. 미셸 오바마는 2010년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 ‘렛츠 무브’ 운동을 벌이면서 학교 급식을 저염식으로 바꾸는 등 건강 문제에 관심을 보여왔다. 미셸 오바마가 ‘국민 퀴즈쇼’인 제퍼디에 나온 이유도 사람들에게 렛츠 무브를 널리 알리기 위함이었다.

 제퍼디에 도전한 스타들도 많다. CNN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 지적인 이미지의 영화배우 조디 포스터, 영화 ‘잡스’에서 주연을 맡았던 영화배우 겸 벤처투자가 애슈턴 커처, CNN에서 토크쇼를 진행했던 래리 킹, 『미저리』 『쇼생크 탈출』 등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 스티븐 킹 등 200여 명의 유명인이 ‘셀레브리티 제퍼디’에 참여해 두뇌 싸움을 벌였다. 92년 시작된 셀레브리티 제퍼디에서 스타들이 벌어들인 상금 700만 달러(약 78억원)는 모두 기부됐다.

 제퍼디와 비견할 만한 한국 최장수 퀴즈쇼는 73년 2월 첫 방영된 MBC 장학퀴즈다. 96년 10월 종영됐다가 97년 1월부터 EBS에서 다시 방영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퍼디에는 그간 1만4000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도전해 여러 일화를 남겼다. 제퍼디에서 일약 스타가 된 인물은 무명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켄 제닝스. 그는 2004년 출연해 그해에 74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이 기간 번 상금은 250만 달러(약 28억5000만원)나 된다. 제퍼디로 미 전역에 얼굴을 알린 뒤 제닝스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켄 제닝스의 상식백과 : 1년 동안 풀어보는 8888개 질문들』 등의 책도 펴냈다. 그러던 켄 제닝스를 무너뜨린 존재가 있었다. IBM에서 만든 수퍼 컴퓨터 왓슨이다. 제퍼디 역사상 컴퓨터와 인간이 벌인 최초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왓슨은 켄 제닝스를 물리쳤을 뿐 아니라 세 차례의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사상 최고의 누적 상금 325만5102달러(약 37억원)를 손에 쥐었던 브레드 루터도 무찔렀다.

 천하의 켄 제닝스도 틀렸던 문제는 무엇일까. “이 회사에 다니는 7만 명의 종업원들은 1년에 4개월만 일한다”는 문제였다. 회사 이름을 맞히라는 질문에 제닝스는 배송전문업체인 페덱스라고 썼지만 정답은 전국 최대 세금보고 대행업체인 ‘H&R 블록’이었다. 그 뒤로 페덱스는 켄 제닝스에게 “우리 회사 이름을 언급해줘서 고맙다”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안타깝게 철자법을 틀려 상금을 놓친 사례도 있다. 8학년 소년이 문제의 정답인 ‘노예 해방 선언(Emancipation Proclamation)’을 썼는데, 해방을 ‘Emanciptation’이라고 적는 바람에 떨어졌다. 미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맞춤법 시험인 ‘스펠링 비(Bee)’도 아닌데 이 정도는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제퍼디의 창시자는 미국 연예산업계의 거물인 고(故) 머브 그리핀이다. 2007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제퍼디 외에도 ‘운명의 수레바퀴(Wheel of Fortune)’라는 퀴즈쇼도 그가 만든 작품이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해답 <문화> 1. ② 2. ① 3. ② <지리> 1. ① 2. ② 3. ②
<경제> 1. ③. 2. ② 3. ① <상식> 1. ③ 2. ④ 3.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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