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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임대주택, 도시형 민박 … 골칫거리 빈집의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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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산 부경대에서 걸어서 6~7분 거리인 남구 대연동(수영로 293번길)의 2층짜리 단독주택. 1층엔 집주인이 살지만 2층은 1년가량 비어 있었다. 최근 2층은 방 3개짜리 원룸 형태로 리모델링됐다. 리모델링 비용은 부산시와 집주인이 1450만원씩 부담했다. 2층에는 부경대 학생 3명이 6일 입주한다. 입주 조건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 임대료 15만원. 일정액의 관리비를 포함하더라도 인근 대학가 원룸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입주할 남모(25·전자공학과 3년)씨는 “해운대구 반송동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 시간이 많이 걸려 이곳을 선택했다”며 “학교에서 가까운 데다 방에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있고 공동 사용할 거실·부엌이 있어 생활에 불편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집주인 이은영(30·여)씨는 “임대료 수입도 생기고 빈집에 새로운 가족도 늘어 좋다”고 말했다.

 이 주택 바로 옆 2층짜리 단독주택 2층에도 집주인이 살지만 1층은 방 5개 원룸으로 바뀌었다. 역시 부산시와 집주인이 비용을 절반씩 부담해 리모델링했다. 입주할 부경대 여학생 5명 역시 기존 원룸에 비해 절반 수준의 보증금·임대료를 낸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대학생과 저소득 주민, 신혼부부,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반값으로 임대하는 ‘햇살둥지’ 사업이다. 범죄 발생과 미관 훼손 등으로 골칫거리였던 부산 빈집의 화려한 재활용인 셈이다. 정정규 부산시 도시정비과장은 “햇살둥지 사업은 주거안정을 통한 도시재생과 방치된 빈집을 정비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가 잇달아 벤치마킹하는 이유다.

 시는 이 사업을 2012년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단독주택 60만 채 중 4000여 채가 빈집 또는 폐가로 방치돼 있어서 낸 아이디어다. 지금까지 주택 233동을 리모델링해 313가구 502명을 입주시켰다. 해마다 10억원 안팎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도 10억원으로 60동을 리모델링해 임대할 계획으로 현재 25동에서 공사 중이다. 빈집 소유자나 입주 희망자는 구·군 건축과에 신청하면 된다. 리모델링 예산을 지원받은 집주인은 3년 이상 임대하는 조건이다.

 빈집의 재활용은 또 있다. 셰어하우스와 예술상상마을이 그것이다. 셰어하우스는 직업·취미를 같이하는 청년들이 침실을 따로 사용하고 거실·화장실·욕실 등을 공유하는 집이다. 31억원을 들여 올해 10가구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매년 40가구씩 130가구 를 공급하는 게 시 계획이다. 시는 예술인이 기거하며 창작 활동을 할 예술상상마을 대상지 한 곳도 오는 7월까지 결정해 2017년까지 35억원을 들여 조성사업을 벌인다.

 빈집 재활용엔 기초자치단체도 가세하고 있다. 사하구는 감천동 문화마을의 빈집 7동을 사들여 ‘체험형 주택’으로 조성해 이달 말 완공한다. 관광객들이 한국전쟁 당시 피란 생활과 1960~70년대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동구는 초량동 산복도로의 빈집을 ‘도시형 민박집’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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