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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빛섬, 상암 DMC … 서울에 ‘어벤져스 길’ 생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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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에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어벤져스2’에는 악당 울트론과 슈퍼히어로들이 서울 지하철 2호선에서 벌이는 전투 장면이 나온다. 치열한 싸움 끝에 승객들이 탄 전동차가 탈선되지만 어벤져스 팀원들은 힘을 합쳐 위험에 빠진 시민들을 구해낸다. 이 장면은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강거리에서 촬영됐다.

 1960년대 후반 조성된 문래동 철강거리는 철근·강판 등 각종 금속제품을 생산하며 한국 산업발전의 심장 역할을 했다. 최고 호황기였던 1980년대엔 철재를 실은 화물차 행렬이 여의도까지 이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제조업 침체를 겪으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사람 빼고 다 만든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이 강했던 ‘철공 장인’들은 현재 이곳에 30~40명밖에 남아 있지 않다. 최근 이곳이 다시금 활기를 띠게 된 건 젊은 예술가들의 작업장이자 전시공간인 ‘문래창작촌’이 들어서면서다. 개성있는 담벼락 벽화는 허름했던 골목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철공소 옆에 들어선 이색 카페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문래동 철강거리가 영화 ‘어벤져스2’ 흥행에 힘입어 서울의 주요 관광코스가 된다. 서울시는 4일 영화의 배경이 된 시내 속 장소들을 ‘서울 속 어벤져스’ 관광 코스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상암동 DMC→문래동 철강거리→강남대로→세빛섬’을 이동 코스로 만들고 인근 명소와 연계해 서울 관광 공식 홈페이지와 외국 여행잡지 등에 적극 홍보하겠다는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2’는 지난해 4월 마포대교와 상암동 DMC, 강남대로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16일간 촬영됐다. 당시 촬영 현장을 구경하기 위해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렸다. 영화 개봉 당시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등 주요 출연배우들이 서울을 찾기도 했다.

 영화에서 유전자 연구소로 등장한 ‘세빛섬’은 영화 개봉 전에 비해 하루 평균 방문객이 2배 증가하는 등 영화 덕을 톡톡히 봤다. 세빛섬의 하루 평균 입장객수는 지난 3월 3443명에 불과했지만 4월 23일 개봉한 뒤 5월엔 6981명으로 늘었다.

 시는 한국영화박물관과 디지털 파빌리온(상암 DMC), 반포대교 달빛 무지개 분수(세빛섬), 문래창작촌 등 촬영지 인근 볼거리들도 함께 소개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아이언맨·헐크 등 등장 캐릭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주요 지점마다 설치된다. 서울시는 캐릭터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즈니사와 협의 중이다.

 이기완 서울시 관광정책과장은 “서울 속 어벤져스 코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주제별 관광코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맛집과 드라마 촬영지, 쇼핑 등 테마가 있는 여행을 즐기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인들의 여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가로수·세로수길, 홍대 중심의 외국인 관광 프로그램이 잇따라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자체가 특정 영화를 주제로 한 관광 코스까지 개발하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영화가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큼 서울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세빛섬은 그저 첨단 시설이란 이미지에 불과할 뿐 서울이란 이미지를 대표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동연(한국예술학과) 교수는 “영화 ‘어벤져스2’가 관광 특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했다.

장혁진·김나한 기자 analog@joongang.co.kr

강남대로, 문래 철강거리도 포함
1000만 영화 ‘어벤져스2’ 촬영지
서울시, 인근 명소와 연계해 개발
“서울 이미지 대표 못 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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