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부패 이미지로 덧칠하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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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결국 모두 사법처리되는 비운을 맞게 됐다.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문제일 뿐 장남인 김홍일 의원(민주당)의 기소 방침이 2일 그를 조사한 검찰에 의해 확정된 것이다.

나라종금 측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았음이 수사에서 드러나면서 金의원에게는 '나라종금 로비의 몸통'이라는 의혹까지도 얹혀졌다.

金의원이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는 예상은 정학모 전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이 구속되면서부터 제기됐다.

鄭씨는 몸이 불편한 金의원을 대신해 각종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인물이다.

鄭씨는 당초 검찰 조사 과정에서 "金의원은 이번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강도높은 조사가 계속되면서 金의원에게 나라종금의 돈이 건너갔음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金의원이 鄭씨와 함께 나라종금 전 사장 안상태씨를 몇차례 만난 정황을 포착, 이를 근거로 鄭씨를 집요하게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병으로 거동이 상당히 불편한 金의원을 일단 이날 귀가시켰다.

그러나 보강조사를 통해 金의원이 돈을 받은 대가로 실제 나라종금을 위해 금융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캘 방침이다.

그러나 金의원은 이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몸 상태나 명확한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언어 상태 때문에 현실적으로 직접 외부의 로비를 받거나 어디에 압력을 넣을 만한 여건이 안된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단 金의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할 것을 검토 중이다. 몸이 워낙 불편한 데다 동생 홍업(弘業.수감 중)씨와 홍걸(弘傑.1심에서 집행유예)씨가 먼저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가 돼 정상이 참작될 상황이라서다.

그러나 金의원이 로비 대가로 정부기관 등에 압력을 행사했음이 밝혀지거나, 또 다른 개인 비리가 드러날 경우 구속영장이 청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구속된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변호사를 만나던 중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던 金의원은 이날 오전 8시5분쯤 부인 윤혜라씨.비서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서울지검 서부지청에 출두했다.

金의원은 그동안 "조사에는 응하겠지만 언론에 노출되기는 싫다"는 입장이었으며 검찰이 이를 받아들여 비공개 소환을 했다.

언어 장애 탓에 金의원의 의사 표현은 부인 尹씨가 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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