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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석<49·잠실 종합운 관리사업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그러나 그 무더운 날들도 이역만리 LA올림픽 경기장에서 계속 날아든 승전보로 시원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제 LA올림픽의 환희와 벅찬 감격도 차차 식어져가고 어느덧 늦가을의 낙엽을 쓸다보면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것을 새삼느끼게 된다.
새해에는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의 준비로 더욱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얼마전 잠실올림픽 주경기장 개장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에는 선수촌과 공원, 그리고 둔촌동 일대의 올림픽경기장 건설공사가 활기차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 경기장시설은 모두 우리의 뛰어난 기술과 능력, 우수한 자재들로 선진국에 비해 조금도 손색없이 갖추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외형적인 시설에 앞서 우리국민 모두가 힘쓰고 바로 잡아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건전한 시민 정신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르는데는 국민 모두가 높은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공중도덕과 질서를 지키는 문화시민의 자질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난10월초에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결승전인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의 경기가 끝난 다음날 아침 잠실야구장 관람석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휴지·담배꽁초·음식물찌꺼기·음료수깡통·포장지 등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50여명의 청소원들이 상오5시부터 하오6시까지 13시간동안 일을 해야했다.
8t트럭 8대분의 쓰레기가 나왔으니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뿐만 아니라 주차장 표시를 분명히 해놓았는데도 아무데나 차를 세워놓고 또 화장실에 걸어둔 휴지가 통째로 없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어디 이뿐인가. 경기장주변 녹지대와 길가에 마구 버려진 휴지·담배꽁초를 보면 도대체 시민정신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구별이 가지 않는다.
경기장 안에서의 각종 경기는 모두 질서와 협력의 바탕위에서만 잘 치러질 수 있다.
또 모범적인 경기참관자는 일상생활에서도 모범일 것으로 믿는다.
얼마남지 않은 대규모 국제대회를 앞두고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는 우리국민들은 남의 이목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정직하고 질서있는 문화시민의 자질을 갖추기에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부터라도 서로 협력하고 질서를 지키는 정신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의 훌륭한 시설을 내집같이 아끼고 가꾸며 보살필 줄 아는 시민정신의 확립, 이것이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향한 우리의 과제일 것이다.
앞으로 잠실운동장은 우리모두가 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을 생활화하는 시민정신운동의 산 교육장으로 활용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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