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대제 정통장관 公職 100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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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은 요즘 민간 경영기법을 배우느라 분주하다. 6시그마.공급망관리(SCM).정책 라이프사이클(PLC) 등이다. 뜻만 알면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업무에 접목해야 한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사진) 장관은 공무원 사회에 민간경영기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독기'(毒氣)를 품고 하고 있다. 陳장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각오로 정통부에 민간 기법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간단명료하다. 민간기업에 뒤지지 않는 업무 효율화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발탁 배경에 그런 뜻도 담겼던 陳장관이 정부에 들어와 1백일간 지내며 느낀 얘기를 들어봤다.

-공무원들의 자질을 어떻게 평가하나.

"와서 일해보니 공무원들이 굉장히 유능하다. 조직에 대한 충성도나 소명의식은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업무 경험이 협소(narrow band)한 인력'들이다. 세일즈나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고, 투자유치.연구개발(R&D) 업무를 해본 경험도 적다. 또 부여되는 동기가 '승진'하나이기 때문에 폐쇄적이고 개인화돼 있다. 다양한 동기 부여를 통해 단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 조직은 어떤가.

"공무원 사회는 상하 위주의 수직적인 조직이다. 자기 부서 안에서는 일이 잘되는데 실.국 간, 부처 간에는 협조가 안된다. 수평적인 네트워크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은 수직적이면서도 수평적이다. 기업에서는 업무를 수평적으로 연결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기술담당 최고책임자(CTO) 등이 그런 사람들이다."

-정통부에 어떤 민간경영 기법을 적용하고 있나.

"6시그마.SCM과 제품 라이프 사이클 제도를 응용한 정통부 정책 라이프 사이클 제도 등이다. 6시그마의 경우 단순히 불량품 발생률을 줄여 제품의 품질 수준을 높이자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우편.금융 정책 등에 우선 도입하고 있다."

-지금 인력으로 이런 일들이 가능한가.

"인력이 더 있어야 하지만 새로 실.국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통부 산하 연구소 등 외부 인력을 많이 쓸 계획이다. 최근 대학교수.기업체 임원들을 9대 신성장 동력산업 전담팀의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임명한 것이 좋은 예다. 장기적으론 '시스템이 주인이 되는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

글=하지윤.염태정,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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