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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월드컵 참가하려, 알바 뛰는 국가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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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다음달 미식축구 월드챔피언십을 앞두고 연습 중인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사진 대한미식축구협회]

사비를 털고 모금을 해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국가대표팀이 있다.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된 미식축구 국가대표팀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다음달 8일 미국 오하이오주 캔턴에서 개막하는 국제미식축구연맹(IFAF) 제5회 미식축구 월드챔피언십에 참가한다. 선수들이 200만원씩 사비를 털어 참가비를 마련할 계획이다. 상황은 열악하지만 이들의 열정만큼은 뜨겁다. 대회 참가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출전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수도 있다.

 2003년에 시작된 월드챔피언십은 축구의 월드컵처럼 4년마다 열린다. IFAF에 가입된 71개국이 지역 예선을 치러 본선 진출국을 가린다. 대표팀은 지난해 4월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아시아 예선에서 쿠웨이트를 69-7로 누르고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 스웨덴이 갑작스럽게 개최권을 반납해 미국이 대신 치르게 됐다. 대회 기간 숙박·식사 등 체류비는 그동안 개최국이 부담을 해 왔지만 장소가 바뀌면서 참가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캐나다는 본선에 진출하고도 체류비 부담 때문에 출전을 포기했다.

 한국 대표선수는 45명, 코치진과 임원까지 포함하면 총 70명이다. 대한미식축구협회(KAFA)는 스폰서 유치에 노력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인터넷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출전 경비를 모금하고 있다. 1억원 정도의 예상 경비 가운데 2000만원을 모금으로 충당할 생각이다.

 지난 1월 취임한 강요식 KAFA 회장은 “한국 미식축구는 1945년 광복과 함께 도입됐지만 현실은 여전히 열악하다”며 “대한체육회 재가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KAFA는 56년 대한체육회에서 퇴출됐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종목이 아니어서 재가입도 불투명하다.

 그러나 선수들의 의지는 어떤 종목 국가대표팀보다 강하다. 백성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올해 5차 합숙까지 치르며 대회를 준비해왔다. 주장 이동환은 “2007년(5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 국내에 미식축구 붐을 일으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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