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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가 있는 음악산책] 3박자의 생명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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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정씨의 자개거울과 필자의 누드크로키

이번에도 '장단'이다. 장단은 생체리듬에 영향을 주기에 중요하다. 장단에 주로 사용하는 손 이야기를 해 보면 어떤 민족보다도 재빨리 병아리의 암수를 감별해내는 손과 작은 콩을 정확히 집는 등 서양인이 볼 때 마치 서커스하듯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젓가락질, 그래서 세계인을 놀라게 한 황우석 박사 생명공학팀의 기막힌 손놀림 등 부지기수다.

서서는 물론 탁 주저앉아서도 자그마한 악기 달랑 네 가지만으로 엄청난 신바람을 일으키는 풍물놀이! 서양의 리듬이 대체로 단조로운 데 반해 다양하고 복잡한 장단가락을 얼씨구절씨구 하면서 멋들어지게 잘도 풀어내는 그 손의 솜씨는 독보적이고 가위 세계적이다! 이렇듯 기질화.체질화된 우리 전통장단을 2박자나 4박자 음악 때문에 일상생활에선 거의 잊고 있다.

우리 민족은 만물을 생장시키는 생수(生數) '3'을 유달리 좋아해서 3박자 계통의 장단이 주종을 이룬다. 짝이 딱 맞아떨어지는 2박자나 4박자와 달리 하나가 남아 여유를 주기에 '덤'을 얹어주는 정(情)의 숫자라 하겠다.

물건 살 때 한 움큼 더 얹어주는 사람냄새가 나는 숫자일 뿐만 아니라 화학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는 천연간장을 담글 때에도 삼월 삼짇날로 택일해 담글 정도로 길수(吉數)이다. 마침 이날은 필자를 가수로 출세시켜준 노래'망부석'의 '간밤에 울던 제비'가 다시 강남에서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은 신곡 '대박났네'에서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오니'라고 부르며 우리 국운의 부흥을 기원하는데 두 곡이 모두 3분박으로 구성된 신명나는 노래다.

한국의 대표곡인 '아리랑'은 세마치 장단이면서 '아리랑 아리랑' 하며 우리 이름처럼 3음절로 되어 있어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다. 86년 전, 탑골공원에서 33인이 기운을 모았던 것처럼 삼박자계통의, 그것도 잘게 삼분박으로 이어져 있는 우리 장단은 3×3=9 즉, '9'라는 양기충천의 수를 갖고 있다. 그래서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절(重九節)이라 해서 이날 이사를 가면 무조건 부자가 된다든지, 결혼식을 올리면 으레 잘 살게 되는 엄청나게 재수 좋은 날이라고 여긴다. 이러하니 생명력이 강한 '아리랑'이 어찌 오랫동안 불리지 않겠는가?

가와 강은정씨의 공예품인 자개거울은 세우면 삼각이 된다. 문양 또한 고려.조선시대 때부터 즐겨 써왔던 박쥐와 연화.당초로, 사(邪)를 물리치고 축복, 즉 오복과 장수를 상징하거나 기원한다. 그럴진대 거울을 보는 여인은 용모가 단정해지고 생기가 날 수밖에 없겠다.

김태곤 가수 (www.kimtaeg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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