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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미세 먼지 "물로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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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5월 23일 서울은 안개처럼 뿌연 스모그로 휩싸였다. 구름도 없는 맑은 날이었지만 스모그로 가시 거리가 2㎞밖에 되지 않아 남산에서 여의도 63빌딩조차 육안으로 보기 힘들었다. 원인은 먼지였다.

이날 오후 1시 기상청이 밝힌 서울 도심의 먼지 농도는 3백㎍/㎥이었으며 인천도 2백30㎍/㎥ 을 기록했다. 인체에 유해한 환경 기준치인 1백50㎍/㎥를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먼지 스모그는 일주일 동안 지속됐다가 27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겨우 해소됐다.

먼지 공화국.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오명(汚名) 중 하나다. 우리나라 대기의 먼지 오염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고다.

환경부가 올 3월 밝힌 결과에 따르면 서울의 대기오염물질 중 미세 먼지는 2001년 말 기준 ㎥당 71㎍으로 OECD회원국 중 가장 높다.

대기오염으로 악명높은 이탈리아 로마나 멕시코 멕시코시티보다 각각 11㎍과 18㎍씩 더 많다. 미세 먼지란 직경 10㎛(1㎛은 1백만분의 1m) 이하의 먼지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눈에 보이는 먼지와 다르다.

워낙 크기가 작아 코나 기관지의 섬모가 미처 걸러주지 못하므로 폐포 깊숙이 침투해 천식 등 여러가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미세 먼지가 대기 중 발암물질이나 공해물질의 운반체 역할을 한다는 것.

미세 먼지엔 이들 물질이 공기 중보다 수백배 이상 농축된 상태로 존재한다. 같은 오염 상태라도 미세 먼지가 많을수록 인체 피해가 훨씬 커진다는 뜻이다.

조짐은 이미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대 의대 강대희 교수와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는 황사 이후 발암물질의 체내 농도가 증가했다는 실험결과를 처음 내놓았다.

인천 거주 초등학교 6학년 학생과 어머니 40명을 대상으로 소변에서 대표적 공기 중 발암물질인 방향족 탄화수소(PAH)의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황사 발생 이전에 비해 이후엔 25%나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황사로 대기 중 미세 먼지의 농도가 높아졌고 미세 먼지를 통해 PAH 등 발암물질이 사람들의 폐포를 거쳐 혈액으로 침투했으며 PAH의 대사(代謝)산물인 OHPG가 소변으로 배출된 것이다.

소아 천식의 증가도 눈에 띈다. 1980년대만 해도 3~4% 수준이었으나 현재 10%를 웃돌고 있다. 미세 먼지는 호흡기질환뿐 아니라 뇌졸중과 심장병 등 다른 질환의 사망률도 간접적으로 높인다.

실제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대기 중 미세 먼지의 농도가 10㎍/㎥ 증가하면 하루 사망자 숫자가 0.5~1.5% 정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에 먼지가 많은 이유는 좁은 국토에 워낙 많은 자동차가 운행 중이며 공사장도 많은 데다 황사 유입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 중 미세 먼지의 70%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

비라도 내리지 않으면 현재로선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그렇다면 먼지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흔히 돼지고기를 먹으면 기름 성분이 먼지를 흡착해 피해를 줄인다고 알고 있으나 이는 정답이 아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먼지의 상극인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습기를 가동해 적어도 실내에서만큼은 미세 먼지가 날리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물 걸레질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실내에서 먼지의 양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진공청소기를 자주 사용해 실내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말끔히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은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기관지 점막에 수분을 공급함으로써 먼지로 인한 점막의 손상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먼지 스모그 등 대기 중 미세 먼지의 농도가 높은 경우엔 가급적 외출을 삼가도록 한다.

특히 천식이나 폐기종 등 호흡기가 나쁜 노약자들은 맑은 날씨가 아니라면 집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항산화작용이 있는 비타민 E나 버터(부티릭산 등 점막 손상을 복구하는 성분이 많음)를 먹는 것도 권장된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도움말 주신 분=서울대 의대 강대희 교수, 단국대 의대 권호장 교수(예방의학), 순천향대 의대 김양기.이영목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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