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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뇌졸중' 가볍게 보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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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62세의 주부 오모씨는 4년 전부터 2~3개월에 한 두번씩 오른 팔이 저려왔다. 보통은 하루 지나면 나아졌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그러나 지난 2월 아침 식사 후 설거지 도중 오른쪽 팔이 마비되면서 언어장애(말더듬)가 왔다. 병원 응급실에서 MRI(자기공명영상촬영) 검사를 받은 결과 뇌졸중이었다.

뇌의 세 부위에서 뇌졸중의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이러한 가벼운 증상, 즉 미니 뇌졸중(일과성 허혈발작.TIA)은 절대로 경시해서는 안되며 즉각 의사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김경문 교수는 "미니 뇌졸중은 혈전(血栓)에 의해 뇌동맥 하나가 일시적으로 막혔다가 다시 열리는 가벼운 뇌졸중이다. 뇌졸중 환자의 20~40%는 발병하기 전에 이같은 경고성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 사람이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은 같은 또래 보통 사람들의 열배에 이른다. 발생빈도가 잦고 증상이 오래 지속됐다면 뇌졸중으로 진행될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미니 뇌졸중이 발생한 날로부터 처음 1년 동안은 매우 위험한 시기다.

보통 30분 내(평균 2~15분)에 모든 증상이 사라지지만 24시간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은 뇌졸중과 같다. 얼굴.팔.다리 등 신체의 한쪽 부위가 갑자기 마비되거나 무기력해진다.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고,현기증이 난다. 걷기가 어렵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며, 아무 이유없이 심한 두통이 온다.

치료도 뇌졸중 환자와 똑같이 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허지회 교수는 "제때에 치료를 받는다면 완치가 가능하며 어떤 신체마비도 없다"며 "병원을 찾은 미니 뇌졸중 환자는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다만, 동맥경화나 고혈압이 없는 젊은 성인이 뇌졸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켰다면 미니 뇌졸중이 아니라 편두통일 가능성이 크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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