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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식품 넘치고 넘치는데…골다공증 등 부작용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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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3면

요즘 일본 여성들은 끼니 때마다 작은 통에 든 고춧가루를 은단처럼 꺼내 먹는다.

입안이 얼얼한 자극성 음식을 꺼려왔던 일본인들에게 고춧가루가 인기 식품이 된 것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소개됐기 때문이다.

대기업 홍보직원인 김모(28.여)씨는 체중 감량을 위해 지난달부터 녹차 추출물이 주성분인 '비만 치료약'을 복용 중이다.

김씨는 "리덕틸.제니칼 등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비만치료제(전문의약품)는 번거롭게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복용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가 먹는 '비만 치료약'은 엄밀히 말하면 약과 식품의 경계 부위에 있는 체중조절용 건강기능식품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교수는 "체중조절용 식품의 대부분이 안전성.효능면에서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태"라며 "장기 복용시 부작용이 유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다이어트용으로 팔리는 식품들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알아본다.

◇마황=에페드린이 든 약용식물로 한방에서 2천년 이상 처방돼 왔다. 에페드린이 몸 안에서 맥박.혈압을 높이고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켜 체중을 감량시킨다는 것. 유럽 일부 국가에선 에페드린과 카페인이 든 비만 치료제가 판매되고 있다.

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문유선교수는 "에페드린이 체중을 일시적으로 줄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나 장기적인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이를 비만치료제로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작용. 마황 복용 후 혈압 상승.심계 항진.빈맥.뇌졸중이 올 수 있으며 복용자가 숨진 사례도 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감귤류의 열대 과일에서 추출한 생약성분이다. 동물 실험에선 이 추출물을 복용하면 포만감이 높아져 식욕이 억제되고 먹는 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신뢰할 만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키토산=키틴(게.새우.가재 등 갑각류의 껍질에 든 다당류)에서 얻어지는 물질로 지방의 소화.흡수를 방해해 체중을 줄여준다고 한다. 키토산을 복용한 사람의 체중과 체지방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가 하면 '효과가 없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박교수는 "식사 조절 없이 키토산만으로 체중 감량은 어렵다"며 "지방 흡수를 줄이기 위해 키토산을 먹을 경우 반드시 저열량 식사를 병행하고 매일 물을 8컵 이상 충분히 마시라"고 권했다.

키틴.키토산을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영양소 흡수장애(골다공증.성장장애 유발 가능)가 올 수도 있다.

◇복합 리놀레산(CLA)=일종의 지방으로 육류.유제품에 많다. 동물실험에선 CLA가 체지방을 줄여 주었다. 그러나 사람에선 보디 빌더가 복용한 후 근력이 약간 더 붙었다는 정도다.

최근 CLA가 복부 비만과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었다. 박교수는 "CLA를 복용할 경우 3~4g을 하루 1회 섭취하라"고 제안했다.

◇녹차 추출물=녹차에 든 항산화(抗酸化) 물질인 카테킨이 체중을 감량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테킨은 말린 녹차 무게의 30~50%를 차지한다. 동물실험에서 녹차는 에너지 소모를 증가시켜 체중을 줄여 주었다. 그러나 사람이 복용했을 때의 체중감량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고추 추출물=고추의 매운 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신진대사를 높이고 식욕을 낮춰 체중을 줄여준다고 하지만 아직 근거는 부족한 상황.

고대 안암병원 비만클리닉 김선미 교수는 "캡사이신이 든 매운 음식을 먹으면 하루 섭취 열량이 2백㎉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다만 극도로 매운 음식은 일시적인 통증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사진설명>
체중조절용 건강식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으나 그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연구는 아직 태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병원에서 한 여성의 허리 둘레를 재고 있는 모습. [강북삼성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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