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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가치 20% 뛰어 … 맥빠진 수출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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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원화가 최근 3년 새 가장 값이 많이 오른 통화로 꼽혔다. 31일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4월 한국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12년 4월과 비교해 20.2% 올랐다. 환율·무역비중·물가까지 따져 계산한 원화의 상대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1위다. 2위는 중국(19.8%), 3위는 미국(16.9%)이고 다음은 아랍에미리트(16.5%), 사우디아라비아(15.3%) 순이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정하거나 고정해두는 고정환율제(페그제)를, 중국은 특정 구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도록 제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각각 시행하고 있다. 중국과 중동의 통화가치 상승엔 정부의 의도가 작용했다는 의미다. 미국 역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행했던 달러 풀기 정책(양적완화)을 끝낸 게 ‘수퍼 달러(달러화 강세)’ 현상을 부추겼다.

 자국 통화 값을 경쟁적으로 낮춰 수출을 늘리려는 통화전쟁에서 한국만 속절없이 당했다는 얘기다. 원화 강세는 ‘수출품 가격 상승→수출 위축→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본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3년 동안 26.6% 내렸다. 61개 나라 중에서 네 번째로 하락폭이 크다. 수출 부양을 기치로 내건 아베노믹스의 힘이다.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은 달러화의 강세를 유도했다. 특히 달러당 엔화 가치는 125엔 돌파를 목전에 두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원화는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 사이 낀 신세다. 국제결제은행과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따르면 한국 원화의 실제 가치(실질실효환율)를 따질 때 영향을 미치는 가중치는 중국(27.9%)이 가장 높고 그 다음 일본(16.3%), 유로존(13.4%) 순서였다. 미국은 13.0%로 4위에 그쳤다. 달러화 강세보다는 일본 엔화나 유로화 약세가 국내 수출에 끼친 부정적 영향이 컸다는 뜻이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실질실효환율(effective exchange rate)=국제결제은행에서 매달 발표하는 나라별 실질 통화가치. 다른 나라 통화와 견줘 값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오르내렸나를 보여준다. 환율·무역 비중·물가 등을 따져 산출한다. 2010년 지수를 100으로 잡고 통화가치가 이보다 상승했으면 100 이상, 하락했으면 100 아래로 수치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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