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블라터 FIFA 회장 5선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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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간 다진 권좌는 견고했다. 제프 블라터(79·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측근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딛고 '세계축구 대통령' 5선에 성공했다.

블라터 회장은 30일 스위스 취리히 FIFA본부에서 열린 제65차 정기총회 회장 선거에서 경쟁자 알리 빈 알 후세인(40·요르단) FIFA 부회장을 따돌리고 회장직을 지켰다. FIFA 가맹 209개국 대표들이 한 표씩 행사한 이번 투표에서 블라터 회장은 1차 투표에서 133표를 받았다. 1차투표 당선권인 2/3 이상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그에 근접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루이스 피구(43), 미카엘 판 프라흐(68) 네덜란드 축구협회장과 후보 단일화를 이뤄 대항마로 나선 알 후세인 부회장은 73표를 받았다. 1차투표 결과를 확인한 알 후세인은 2차투표(과반수 이상 득표자가 승리)를 시작하기 전 기권을 선언했다. 블라터 회장의 5선과 임기 연장(2019년)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블라터 회장은 1998년 FIFA 수장에 오른 뒤 4차례 연임하며 17년 간 장기집권했다. 사무총장 임기(1981~1998)를 포함하면 실세로 군림한 기간은 34년이다. 블라터 집권기에 FIFA는 15억 달러(1조6000억원)의 현금 보유액을 자랑하는 '스포츠 공룡'으로 성장했지만, 집행부의 투명하지 않은 자금 집행으로 구설수에 시달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미국 사법당국이 주도한 반부패 수사에서 FIFA의 전·현직 고위 간부를 포함해 14명이 체포돼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다.

블라터 회장의 5선은 돈과 권력으로 표밭을 착실히 다진 결과다. 압도적인 시장을 앞세워 큰 목소리를 내는 유럽축구연맹(UEFA)을 달래는 대신 남미·아시아·아프리카·북중미·오세아니아 등 여타 대륙의 환심을 사는데 집중했다. '골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저개발국 축구 지원사업을 통해 빈곤국가 축구협회에 매년 8억원씩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협회 집행부가 돈을 유용해도 눈감아 주며 검은 커넥션을 만들었다. 지난 2011년부터 4년 간 FIFA가 골 프로젝트에 투입한 비용은 10억5000만달러(1조1650억원)에 달한다. FIFA 집행부의 비리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남미·아시아·아프리카는 "여전히 블라터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당선을 확정지은 뒤 블라터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FIFA로 돌아갈 자격을 얻게 돼 기쁘다.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면서 "FIFA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더 좋은 FIFA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간절히 원하던 5선에 성공했지만, 블라터 회장의 앞날은 여전히 먹구름이다. FIFA의 내부 비리를 수사 중인 미국 사법당국의 칼끝이 머지 않아 블라터 회장을 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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