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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진 ‘매드포갈릭’ 셰프, “외식은 서로 나누고 즐기는 하나의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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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흔히 외식은 ‘집밥’보다 정성과 건강함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매드포갈릭(Mad for Garlic) 메뉴개발센터에서 만난 이현진(36·사진) 셰프는 ‘적어도 우리는 다르다’는 자부심 덕에 힘들지만 당당하다.

 그는 세계 최고 셰프의 레스토랑인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미슐랭 3스타·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총괄셰프를 지내다 2012년 매드포갈릭으로 옮겨온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당시 모두가 ‘미쳤어?’라며 말렸지만 무모할 정도로 고집스런 ‘원칙사수’ 정신에 끌려 이직을 결심했다.

 “여긴 프랜차이즈 식당이 아니예요. 전국 39개 매장이 모두 직영이고 물류센터도 없어요. 400명 셰프들이 날마다 장 보고 모든 요리는 현장에서 만들죠. 매일 김장날 같다고 할까요? 외식업체로선 불가능한 일인데 그게 또 가능하더라고요.”

 ‘마늘에 미치다’는 뜻의 매드포갈릭은 2001년 마늘 전문 레스토랑을 표방하며 문을 연 이래 부침이 심한 국내 외식업계에서 15년째 꾸준히 성장중이다. 이 셰프의 역할은 신메뉴를 개발해 동료들에게 요리법을 전달하는 것이다. 두 달에 한번 꼴로 매년 40여개, 살인적 일정이다. 5월 들어 선보인 ‘허브 메뉴’는 마늘을 포함해 바질·로즈마리·월계수잎 등 몸에 좋은 제철 허브를 사용해 독특한 감칠맛을 구현해냈다.

이 셰프는 ‘마늘의 아린 맛을 빼기 위해 24시간 소금물에 절였다가 올리브에 재우는 등 밑작업이 엄청나다’고 손사래를 쳤다. 셰프들 사이에선 마늘이 많이 들어간 ‘갈릭 브레드 타워’를 ‘노동력빵’, ‘갈릭 스테이크’는 ‘마늘까다집에가’라는 별칭으로 부른단다.

이 셰프는 “호텔에서 1인분에 35만원씩 하는 요리를 만들 땐 어려워하거나 불평하는 고객 두 부류로 나뉘었다”며 “정통 요리법이나 유명한 셰프의 자존심이 아니라 고객이 중심인 이 곳이 새로운 도전이자 자극이 된다”고 했다. 그는 “‘먹방 열풍’이 말해주듯 외식은 서로 나누고 즐기는 하나의 패션이 됐다”며 “프랑스에서 프라이팬을 잡고 접시를 놓는 법을 배웠다면 이제부턴 고객을 행복하게 하는 법을 배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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