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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 우려 본격 반박하고 나선 한국은행 "우리는 일본과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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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일각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본격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올들어 0%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면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진입하던 1990년대와는 내용상에서 다르다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물가하락세가 여러 품목으로 넓고 빠르게 확산했던 당시 일본과는 달리 현재 한국의 물가하락세는 상대적으로 범위가 좁고 특정 품목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28일 '소비자물가 중 가격하락 품목 수 증가의 원인과 평가' 보고서에 담겼다.

디플레의 사전적 정의는 물가가 전반적이고,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대표적 사례다. 자산 거품이 꺼진 이후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물가가 하락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의 과정이었다.

올 1~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다. 지난해 같은 기간(1.3%) 대비 절반에도 못미친다. 담뱃값 인상 효과(0.6%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이다. 급기야 한은도 연초 1.9%로 내다봤던 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월에는 0.9%로 떨어뜨리기도 했다. 일각에서 '디플레 초입'이란 진단을 내놓는 근거다.

하지만 외형과 달리 내용을 살펴보면 그리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일본이 디플레에 진입하기 직전인 199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7%였다. 소비자물가 구성 품목들 중 가격이 떨어진 품목의 비중도 한해 전 34%에서 47%로 급격히 늘었다. 반면 올 1~4월 한국의 경우 하락 품목의 비중은 26.8%(129개 )로 지난해(127개)와 거의 같다. 그럼에도 물가상승률이 반토막 난 건 특정 품목의 하락세가 가팔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특히 석유·도시가스 등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을 직접 받는 7개 품목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지난해 -0.2%포인트에서 올해 -1.4%포인트로 확대됐다.

국내 가격 하락 품목 비중은 최근 미국(36%), 유럽연합(37%)과 비교해도 높지 않은 수준이다. 한은 측은 "국내의 경우 원자재 가격 하락같은 공급 요인의 영향으로 하락품목 수가 증가한 것으로 물가하락세가 광범위한 품목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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