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염원하며 미국 횡단 5000㎞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강명구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1인 미국 대륙 횡단 마라톤’에 도전 중인 강명구(58)씨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 도착했다.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차원에서 지난 2월 1일 서부 로스앤젤레스에서 대륙 횡단을 시작한 강씨는 현재 112일째 매일 마라톤 풀코스 거리(42.195㎞)를 뛰고 있다. 1990년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이산가족 출신이다. “국민들의 가슴에서 잊혀져 가는 통일이라는 화두에 다시 불씨를 살리고 싶다”는 게 그가 미 대륙 횡단 대장정을 시작한 이유다. 또 “100세 시대를 맞이하는 첫 세대로서 새 삶을 개척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도 말했다. 이번 워싱턴에서 달린 이틀간의 일정에는 강씨의 대륙 횡단 취지에 공감하는 한인 10여 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백악관에 함께 도착해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합창했다.

 대개 미국 대륙을 횡단할 때는 지원 차량이 동행하게 마련이지만 강씨는 홀로 달리고 있다. 주로 길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하는 그가 비용 절감을 위해 택한 방법은 특수 유모차. 텐트 등 생필품과 취사도구를 실은 유모차를 밀면서 뛰고 있다. 유모차 전면에는 ‘남북 평화통일’이라는 한글·영문 현수막을 걸었다.

 애리조나·오클라호마·테네시 등 12개 주를 지나면서 5000㎞가 넘는 거리를 달린 강씨는 다음 달 5일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최종 목적지는 뉴욕 유엔본부이다. 이번 횡단을 마치면 파리에서 출발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마라톤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