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다음달엔 1675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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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올 2월 초까지만 해도 L당 1400원 대에 머물던 휘발유 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휘발유· 경유 같은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27일 유가 정보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의 주유소 평균 판매 가격은 L당 1564.95원(보통휘발유·26일 기준)이다. 올 들어 휘발유 값이 가장 비쌌던 1월 2일의 L당 1583.94원에 육박한다. 휘발유 값이 가장 저렴할 때(L당 1409.4원)와 비교하면 11%가 올랐다.

 경유 가격도 오름세다. 경유는 L당 1360.77원으로 올해 최고가였던 1397.5원에 근접했다. 기름 값이 계속 오르면서 서울지역에선 L당 1400원대에 휘발유를 파는 주유소가 자취를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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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우선 국내 수입 원유의 8할 가량을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의 기준 유종인 두바이유는 올 1월 초 L당 289.44원에 거래되다가 26일 현재 L당 432.72원을 기록 중이다. 4개월여 만에 가격이 49.5%가 올랐다.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기준이 되는 싱가포르 국제 석유시장의 제품가도 올 1월 초 휘발유 L당 360.9원에서 584.01원으로 61.8%나 더 비싸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시장과 비교할 때 국내 석유제품 값은 되레 적게 오른 편”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다음 달 초엔 휘발유 L당 가격이 1675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최근 원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휘발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에선 올 들어 하루 평균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이 900만 배럴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보다 일 평균 45만 배럴가량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중국 역시 자동차 시장이 연 8~9%씩 커지면서 이에 비례해 주유소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 국내 사용량도 증가세다. 올 1분기 국내에서 사용된 휘발유와 경유는 총 5594만1000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수요가 9.3% 늘었다. 원래 1분기는 상대적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적은 편이다. 여기에 대만과 인도네이사 등 아시아권 국가에 있는 정유회사들이 대거 정기 보수에 들어가면서 석유제품 생산량이 줄어든 것도 가격 인상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는데, 공급이 줄어드니 자연히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석유제품 가격은 국제 시장 추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만큼 당분간은 오름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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