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지우 누나 나라에 와보고 싶었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로 심사위원 대상 트로피를 올려보였던 순간 일본은 당시 열네 살 소년의 수상 소식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아무도 모른다'로 데뷔한 소년 배우 야기라 유야(柳樂優彌.사진)가 57년 영화제 사상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탄 것.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퀜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동안 많은 영화를 봤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야기라의 표정이다"고 칭찬했다.

야기라가 '아무도 모른다'의 국내 개봉(다음달 1일)에 맞춰 21일 한국을 찾았다. 검정 재킷에 흰 티셔츠를 받쳐 입은 그는 "최지우 누나의 나라 한국에 와보고 싶었어요. 예쁘잖아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또 한국 배우 중에서 배용준.이병헌을 안다고 말했다.

야기라는 영화에서 동생 셋을 돌보는 '소년 가장'으로 나온다. 각기 아버지가 다르고 어머니도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난 상황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 얘기가 가슴을 저리게 한다. 그는 또 지난달 신작 '별이 된 소년'의 촬영을 마쳤다.

"'아무도 모른다'에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감독은 대본도 읽지 말라고 했어요. 대신 귀엣말로 대사를 들려주며 감정을 느끼게 했죠. '별이 된 소년'을 찍은 뒤에야 배우가 된 기분입니다."

야기라는 수줍은 듯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고 엉뚱했다. 한국에 온 이유를 묻자 "집에서 김치를 즐겨 먹는데 이번에 가족을 위해 김치를 많이 사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 "잘 생겼다"고 치켜세우자 "정말 잘 생긴 배우는 흑인배우 윌 스미스"라고 밝혔다. "농담이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정색을 하고 진심이란다.

칸영화제 수상은 어린 그에게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담담했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건 분명하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것. 다만 축구선수와 배우, 둘 가운데서 결정하지 못했던 미래 희망을 배우 쪽으로 정리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아역 배우로 활동했던 친구를 따라 오디션에 응했는데 오늘 같은 날이 왔네요.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그게 연기의 매력이죠."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