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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여당, 특검 간섭 말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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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북 송금의혹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의 활동에 간섭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인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의 움직임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특검이 현대상선에 대북 송금용으로 4천억원의 대출을 지시하고 집행한 혐의를 각각 받는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근영 전 산업은행 총재를 구속한 즈음에 이런 비상식적 움직임이 나와 특히 실망스럽다. 이것은 특검설치의 기본정신을 정면으로 훼손하면서 대북 비밀 송금의혹에 대한 사실규명 노력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盧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특검수사와 관련,"남북관계를 해칠 만한 수사로 달려가지 않게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특검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어서 단순한 실언이라고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대통령이 어떻게 특검수사에 개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우선 의문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의혹을 풀자고 만든 특검의 수사결과를 국민이 다시 못 믿게끔 할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어제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고 주장했다. 이야말로 국민적 의혹을 받는 대북 송금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냉철하게 수사하고 있는 특검에 대한 정치적 테러가 아닌가.

정부와 여당의 이러한 압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특검이 비밀송금의 실체와 목적을 규명하는 데 있다.

특검이 올바른 방향에서 진실규명에 애쓰는 수사단계에서 그러한 정치적 판단과 고려는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의혹이 낱낱이 규명된 연후 국민의 정서와 국익을 고려해 판단하고 결정할 길은 열려 있다.

그것이 여야 간 기존 합의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의 우선적 책무는 송금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활동에 전폭 협력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이 올바른 남북관계 정립과 국익을 도모하는 순리(順理)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검에 압력과 간섭을 행사하려 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