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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쿵짝~ 싱가포르 흔든 한국식 스카 리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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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1일 싱가포르 ‘K팝 나이트 아웃’ 쇼케이스에서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흥겨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 밴드는 쇼케이스 직후 인근 클럽에서 공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사진 한국콘텐츠진흥원]

노래 후렴구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반복해서 부르던 가수가 갑자기 무대에서 뛰어내렸다. 수백 명의 청중을 헤치며 9인조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의 보컬 이석율은 노래했고, “쿵짝쿵짝” 자메이카 스카 리듬에 맞춰 청중은 기차놀이 하듯 춤추며 그의 뒤를 따랐다. 홍대 클럽에서 흔히 볼 법한 풍경이지만, 무대는 싱가포르 ‘클라키’ 광장이었다. 20~23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미국), 미뎀(MIDEM·프랑스)과 더불어 세계 3대 음악 마켓으로 꼽히는 ‘뮤직매터스’(Music Matters)가 열렸다. 올해로 10회째다. 전 세계 2000여 명의 음악 관계자들과 뮤지션 80여 팀이 참가했다. 음반시장의 미래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논의하는 콘퍼런스와 아시아 및 세계시장 진출 가능성을 엿보는 쇼케이스도 싱가포르 곳곳에서 열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마련한 쇼케이스 ‘K팝 나이트 아웃’(K-pop Night Out)은 21일 열렸다. 클라키 광장에 설치된 무대에서 킹스턴 루디스카, 글렌체크, 이디오테잎, 소나무가 공연했다. 한국식 스카 리듬으로 흥을 돋우고, 일렉트로닉의 강렬한 전자음으로 청중을 뒤흔들고 지난해 데뷔한 7인조 걸그룹 소나무의 무대로 마무리하는 구성이었다. 아이돌이나 스타 중심으로 알려진 K팝과 다소 동떨어진 듯했지만, 뮤지션과 청중은 낯설어 하지 않았다. 이디오테잎의 DJ 디구르는 공연 직후 “낯선 곳임에도 (한국 팬과) 호응이 비슷해서 오히려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고, 킹스턴 루디스카의 리더 최철욱은 “무대 위에서 신나게 놀았다. 오랫동안 서 왔던 무대 같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뮤지션이 느낀 익숙함은 K팝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뮤직매터스가 열리는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가 넘는다. 소비력을 갖춘 덕에 아시아의 대표적인 ‘테스트 베드’(시험대)로 꼽힌다. 그만큼 음악 시장의 다양성도 살아 있다. 국내에서 자메이카에서 유래한 스카 음악은 아직도 생소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매년 5월께 ‘스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K팝 나이트 아웃’ 쇼케이스를 본 싱가포르인 지아 언(24)은 “일렉트로닉 음악팬인데 싱가포르에서는 영어권 뮤지션의 음악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 한국 일렉트로닉 음악은 그 자체로 신선하고 강렬하다”고 말했다.

 K팝은 아이돌 위주의 한류열풍이라는 고정관념도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K팝은 다양한 장르 음악으로 조금씩 알려지고 있다. 쇼케이스에 앞서 열린 미디어 인터뷰에서 만난 호주 AU 리뷰의 조니 우 에디터는 “한국 TV 프로그램의 인기가 인디 시장으로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 같고 K팝의 미래를 봤을 때 긍정적”이라며 “싱가포르만 해도 인디 시장이 분명히 있고, 세계 시장으로 봤을 때 다양한 장르 음악이 있는 인디 시장의 규모가 팝 시장보다 크다”고 전했다.

뮤직매터스의 재스퍼 도냇 회장은 “글렌체크와 이디오테잎 등을 통해 K팝이 단순히 아이돌 중심의 음악이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K팝이 더 성장하려면 언어 문제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싱가포르=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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