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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정지 하루 전 전화로 통보한 황당한 구청 "위법" 판결

중앙일보

입력

행정기관이 영업정지 처분을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 금정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금정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았다.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았다는 이유에서다.

청소년들은 성인인 형의 신분증을 제시하며 A씨를 속였다. 하지만 A씨는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런 상황에 영업정지까지 받게 되자 이를 부당하다고 생각한 A씨는 부산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요구했다. 행정심판 결과 A씨에 대한 영업정지일은 40일로 줄었다. 영업정지 시작일은 그 해 11월 11일부터로 정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결과를 구청이 A씨에게 뒤늦게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구청은 영업정지 시작일을 하루 앞둔 11월 10일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정지가 내일부터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렸다. 구청의 착오로 행정처분 통지서를 발송하지 않은 상태였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허준서 판사는 26일 A씨가 금정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금정구청이 A씨에게 한 영업정치 집행을 정지하고 소송비용을 구청이 부담하라”고 판시했다. 허 판사는 “행정처분 집행 전에 당사자가 대비할 기간을 줘야 함에도 하루 전에 통보한 것은 행정기관이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처분에 불복할 기회를 박탈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허 판사는 “영업정지가 집행될 경우 A씨 가족의 생계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며 항소심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영업정지 집행을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부산=차상은 기자 chazz@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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