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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엘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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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밤에 헤어지기 싫어서 남자와 여자는 결혼한다. 정든 시간이 흐르고 흘러 결혼은 모든 걸 당연하게 만들고, 남자와 여자를 육친의 감정으로 바꾸어버린다.

어떤 부부는 싸우고 싸우다 각기 다른 먼 곳을 본다. 섹스리스(sexless) 부부도 허다하다. 그나마 부드러운 잠옷에 싸인 아는 부부의 허리와 허벅지는 섞여도 마음은 섞이지 않는다. 관능은 있어도 관계 해방의 어려움. 서로 가까이 해도 먼 느낌. 이 기묘한 소외감. 권태….

이 느낌은 누구와의 사이에도 있습니다. 다들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 마음 가다듬고 잘 생각해봐야 할 듯 싶어요. 이렇게 뜨뜨미지근한 관계. 애무 테크닉 연마를 하든가, 가부장 제도의 기찻길이 싫으면 독자 버스노선을 이용할 것. 헤어질 거면 빨리 헤어지기. 뭣보다 내 사는 담 너머 너무 멀리 바라보지 않기.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들이 색다르게 보이도록 눈동자를 선탠할 것. 이도 저도 귀찮으면 광야에서 울부짖다 돌아올 것…. 아, 그대가 사람으로 살아가기가 힘들다는 월요일입니다. 힘들어도 숨쉴 수 있음에 감사할 오늘입니다.

신현림 <시인.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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