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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 방어 위해 선제 공격할 수 있게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군이 방어를 위해 선제 공격이 가능하도록 국방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기존의 일반 방어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를 위해 핵 전력을 상시 운용하고 먼바다에서 해군력을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중국의 변화된 국방 전략은 전세계에서 군사력을 운용하는 미국의 전략과 충돌하며 갈등이 고조될 위험이 있다.

중국 국방부는 26일 기자 회견을 열어 ‘중국의 군사전략’이라는 주제의 2015년 국방백서를 공개했다. 이번 백서는 중국군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과 관련, 미·중 군사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함대사령관은 지난달 31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모래장성'을 쌓아 주변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관련 해역 긴장은 유관국가(미국)가 중국의 해역에 저공 비행 정찰을 증가시킨 것도 이유다. 서로 상대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올해 백서를 통해 공개된 중국군 전략의 핵심은 ‘적극적 방어’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중국군은 방어 전략을 고수해 왔다. 때문에 백서는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군사 확장을 하지 않으며 먼저 남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딴판이다. 백서는 중국의 국력 신장에 따른 국내외 국익을 수호하기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하겠다(大有作爲)”고 강조했다. 국익이 침해 당할 우려가 있으면 선제 공격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각 군의 전략 변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핵·미사일을 다루는 제2포병은 핵전쟁에 대비해 핵 탄두를 늘리는 한편, 핵 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해 미사일 전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백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타격 능력을 높이겠다고 명시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8일 의회에 보낸 연례보고서에서 “중국이 최첨단 ICBM인 ‘둥펑(東風)5’ 20기를 개발해 지하 격납고에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MIRV)을 탑재한 둥펑(東風)-41을 시험 발사했다.

해군은 기존의 근해 방어에서 근해 방어와 원해 호위를 동시에 수행하는 전략을 세웠다. 중국 해군은 태평양과 대서양·인도양 등 원해로 작전 반경을 넓혀 대양 해군으로 나가고 있다. 중국은 지난 11일 지중해에 이어 오는 9월에도 동해에서 러시아와 합동 군사 훈련을 실시, 원양 해군 능력을 키우고 있다.

공군은 영공 방어에서 우주 방어로 전략 지역을 확대했다. 우주를 영공 개념에 포함시켜 미래 우주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백서는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가 간 전략 경쟁이 가장 치열하고 우주 무기가 출현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백서는 또 구역 방위에서 전역 방위로 변한 육군의 전략 개념 변화를 공개했다. 역내 방어가 아닌 세계 어디서든 국익 수호를 위해 출동하겠다는 뜻이다. 인터넷도 국가 방어 전략에 포함시켜 해커 등 공격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중국은 1998년 이후 격년으로 국방 백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올해로 9번째다. 이번 백서는 군사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한 반면, 병력·무기 등 무장 능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chkc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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