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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여부'의 사용을 줄이자(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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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전국시대 초(楚)나라 회왕(懷王) 때의 얘기다.

어느 인색한 사람이 제사를 지낸 뒤 하인들에게 겨우 술 한 잔을 내놓으며 나누어 마시라고 했다. 하인들은 땅바닥에 뱀을 제일 먼저 그리는 사람이 이 술을 마시기로 했다.

이윽고 한 하인이 술잔을 집어들고 말했다.

"이 술은 내가 마셔야겠네. 어떤가. 멋진 뱀이지. 발도 있고." 그때 막 뱀을 그린 다른 하인이 술잔을 빼앗아 단숨에 마셔버렸다. "세상에 발 달린 뱀이 어디 있나?" 술잔을 빼앗긴 하인은 공연히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후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때부터 쓸데없는 짓(것)을 가리켜 화사첨족(畵蛇添足) 또는 사족(蛇足)이라 부르게 됐다.

우리가 쓰는 문장에도 이러한 사족이 너무 많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여부(與否)'다. 불필요한 '여부'의 사용에 대해 유형별로 3회에 걸쳐 살펴보자.

우선 의문.추측을 나타내는 어미가 붙은 '~인지''~는지''~할지' 다음에 오는 '여부'는 필요가 없다.

*안정을 해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위 문장의 '여부'는 모두 사족이므로 다음과 같이 고쳐 쓰는 게 좋다.

*~해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당선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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