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만성골수성백혈병, 불치병을 넘어 완치까지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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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박준성 교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불치의 질환으로 러브스토리, 가을동화 등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등장했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드라마와 영화에서는 백혈병 환자를 소재로 삼는 경우가 드물다. 암세포만을 공격하는 표적치료제 글리벡의 등장으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면서 ‘백혈병=불치병’이라는 일반인들의 인식도 이제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1년 30%에 불과했던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1년 약 94%로 상승했다. 환자 생존률이 일반인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높아진 것이다.

글리벡의 후속 약물로 개발된 2세대 표적 항암 치료제 타시그나는 글리벡 보다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 임상시험 결과 최초 투약 이후 3개월 시점에 암 유전자 수치를 10% 이하로 억제시켰고, 5년 이내에 혈액 내 암 유전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0.032%) 이하 상태를 의미하는 ‘MR 4.5’ 수준에 도달한 환자 비율은 2명 중 1명 꼴인 50% 이상이었다.

혈액 내 암 유전자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 상태인 ‘MR 4.5’는 만성골수성백혈병 약물의 효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이 수치를 달성하면 ‘기능적 완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기능적 완치란 환자가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암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며, MR 4.5 단계를 2~3년간 유지하게 되면 조심스럽게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정기 검사로 병을 관리해 볼 수도 있다.

2세대 표적 항암제는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나던 부작용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기존 치료제에서 나타나던 발진이나 피부 독성, 메스꺼움, 근육경련, 부종 등 이상반응이 확연히 줄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기존 치료제 복용 시 발진이나 피부독성, 근육통 등을 겪었던 환자들도 2세대 표적 항암제로 전환한 이후 이상반응의 재발이 거의 없어, 기존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치료를 받을 수 없었던 환자들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이제 만성골수성백혈병은 더 이상 희망 없이 마지막 순간을 기다려야 하는 불치병이 아니다. 단순히 삶을 연장시키는 선에서 벗어나, 이제는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기능적 완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기대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치료약물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은 환자들도 병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갖고 초기부터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세로 치료에 잘 임하고 지속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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