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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마케팅은 어렵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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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대부분은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과 욕심이 대단하다. 한편으론 이 제품을 ‘어떻게’ 더 잘 팔 것인지, ‘누구’에게 더 팔 수 있는지와 같이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점이 아쉬웠던 적도 있다. 마케팅에 대해 일부 중소기업은 실질적으로 적용하려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잘못된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첫째 ‘마케팅은 하면 좋고, 안 해도 문제없는 장식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상품과 기술 중심의 미시적 사고에서 출발한 결과로, 고객의 욕구와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본질이다. 동일한 상품이나 기술이라 할지라도 고객의 선택이 기업의 존폐를 결정한다.

 둘째 ‘마케팅은 소비재에만 해당되고 B2B(기업간거래)에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에 비해 오히려 B2B가 대부분인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대기업 또는 협력업체와 같이 소수의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으로도 수요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셋째 ‘마케팅은 대기업이나 할 수 있는 사치품’이라는 생각이다. 중소기업 현실상 CEO나 종업원이 1인 다역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러다 보니 핵심역량과 자원이 분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일본의 소규모 동네공장(마치코바)들이 대형 유통채널을 활용하지 않고도 승승장구하는 모습에서 마케팅의 ‘숨은 힘’을 엿볼 수 있다.

 중소기업이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슷한 오해를 할 수 있다. 해외진출은 규모가 크고 조직이 갖춰져야만 가능하다는 생각, 효과에 비해 시간과 돈이 많이 들 거라는 생각과 같이 글로벌화에 대한 관심이 낮은 중소기업을 가끔 보게 된다. 대기업 수출의존형 경제구조를 보완하기 위해서도 중소기업의 마케팅 관련 오해는 수정돼야 한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