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결제 플랫폼, 세계 무대서 승부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조정일 코나아이 대표는 “핀테크도 국제 기준에 맞춰 범용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코나아이]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보자. 왼쪽에 붙어있는 손톱만한 금색 스마트칩. 이 칩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로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인이 있다. 연간 약 3억개의 스마트칩에 OS를 넣으며 국내 1위(시장 점유율 40%), 세계 5위권(8%)의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은 ‘코나아이’ 조정일(53) 대표 얘기다.

 그는 “신용카드가 스마트칩 방식으로 바뀌는 이유는 복제에 취약한 마그네틱(M/S)과 달리 보안성이 탄탄하기 때문”이라며 “칩에 대용량 정보를 담을 수 있어 전자여권·전자주민증 등 쓰임새가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우통신·한국정보통신을 거쳐 1998년 창업했다. 당시 그가 들고나온 사업 아이템이 바로 교통카드 시스템. 획기적인 발상에 승승장구했지만 대기업들이 잇달아 뛰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2005년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야했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펼칠 수 있고, 10년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범위를 좁혔다. 그러다가 스마트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스마트칩 OS는 국제인증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초기 진입장벽이 높지만, 장벽만 넘으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특히 교통카드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정보기술(IT) 노하우가 있어 승산이 충분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스마트칩에서 자리를 잡은 코나아이는 이동통신 분야에도 뛰어들어 국내·외 이통사 10여 곳에 유심(USIM)을 공급하고 있다.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태국 전자주민증, 인도 전자의료보험증 등을 해외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현재 코나아이 전체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온다. 조 대표는 “글로벌 기준에 맞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그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금융서비스와 IT가 결합한 ‘핀테크’ 분야 진출이다. 국내에선 각종 간편결제나 ○○페이 등 다양한 서비스가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국제기준이라 할 수 있는 EMV(유로페이·마스터카드·비자) 규격을 맞추지 못해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조 대표는 “지난 수십년간 국내에 수많은 결제 솔루션이 등장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신용카드와 교통카드 두 가지 밖에 없다”며 “다른 업체나 외국에서 사용할 수 없는 폐쇄적인 플랫폼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국제기준을 맞춘 글로벌 결제 플랫폼인 ‘코나페이’를 오는 7월에 출시할 계획이다. 근거리통신(NFC)·스마트칩은 물론 온라인·모바일 등에서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금융회사와 제휴를 통해 각종 부가서비스도 가능해진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전 산업에서 혁신이 일고 있고, 금융분야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그런데 한국 금융은 보수적인 분위기와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핀테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예컨대 미국·유럽·중국 등에서는 신용카드가 스마트칩 기반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관련 기술과 인프라는 이미 보급됐는데도, 정부-카드사-결제대행사의 엇박자 때문에 아직도 마그네틱 기반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핀테크의 핵심은 보안인증 기술과 결제 플랫폼으로, 이 두 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더불어 금융과 IT기업의 개방과 협업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