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성기의 反 금병매] (64)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다음 날 아침, 무대는 운가가 말한 대로 호떡 두세 판만 들고 집을 나갔다. 금련은 무대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왕노파 찻집으로 건너갔다. 서문경은 아직 찻집에 와 있지 않았다.

무대가 거리로 나가 자석가 어귀에 이르자, 과일 광주리를 들고 사방을 둘러보고 있는 운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무대가 운가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지금 쳐들어갈까?"

"아직 그놈이 찻집으로 오지 않았어요. 좀더 기다려봅시다. 아저씨는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호떡이나 팔다가 오세요. 내가 여기서 망을 보고 있을게요. "

무대가 호떡 한 판을 팔고 돌아오자 운가가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무대에게 말했다.

"그놈이 방금 찻집으로 들어갔어요. "

무대는 도대체 그놈이 어떤 놈인지 궁금하였으나 운가가 직접 확인해보라고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캐어물을 수도 없었다.

"그럼 우리도 행동 개시하는 건가?"

"당장 쳐들어가면 현장을 덮치기가 힘들죠. 지금쯤은 두 사람이 옷을 입은 채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거 아니에요. 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죠. 두 사람이 옷을 다 벗고 한창 씩씩거리고 있을 때 쳐들어가야죠. "

운가의 말을 듣고 보니 그도 그럴 것 같았다. 무대는 호떡판을 근처 주막에 맡겨놓고 길가 나무 그늘에 앉아 두 사람이 정사를 벌이는 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놈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무대의 마음 가운데에는 분노와 질투심이 뒤섞여 맹렬하게 타올랐다.

현장을 덮친다고 하여도 벌거벗은 두 남녀가 아직 교합을 하지 않은 상태에 있을 때 그러고 싶었다. 교합 중이거나 교합이 끝난 후에 덮치는 것은 지금 무대의 심정으로서는 용납하기가 힘들었다.

이때껏 아내가 외간남자와 몇 번의 정사를 치렀는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정사만큼은 성공하지 못하도록 막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쳐들어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제 덮칠 때가 안 됐나?"

무대가 초조해 하며 운가의 기색을 살폈다.

"좀 더 기다려봅시다. 두 사람이 한데 들러붙어 있을 때 덮쳐야죠. "

방금 전에는 운가가 '한창 씩씩거리고 있을 때'라고 말했다. 운가로서는 두 남녀가 교합 중에 있을 때 덮치거나 교합 이전 혹은 이후에 덮치거나 별 차이가 없었다.

"지금 쳐들어가면 되겠어!"

무대가 참지 못하고 앞장을 서고 말았다. 운가가 구시렁거리며 무대를 따라오다가 왕노파 찻집 근처에 이르러 무대를 앞질렀다.

"내가 먼저 가서 할멈에게 시비를 걸 테니 아저씨는 근방에 숨어 있다가 내가 광주리를 던지는 것을 보거든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현장을 덮치란 말이에요. 알았죠?"

무대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의를 다졌다.

운가가 어깨에 멘 광주리를 흔들며 짐짓 거드름을 피우면서 찻집 앞으로 다가갔다. 왕노파가 문앞 의자에 앉아 있다가 운가를 보고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또 무슨 행패를 부리려고 아침부터 얼씬거리는 거야?"

"행패는 할멈이 부렸지 왜 내가 부려? 어제도 나에게 의자를 집어던지고 욕질을 한 사람이 누군데. "

"이놈, 나이도 어린 것이 뭐 나보고 포주 할망구라고? 이 후레자식 같은 놈!"

"내가 틀린 말 했나? 오입질 시켜주고 돈이나 뜯어먹는 포주 주제에 나보고 욕을 해!"

운가가 왕노파에게 와락 덤벼들어 넘어뜨리고 무릎으로 누르면서 광주리를 집어던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