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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형경의 남자를 위하여

자녀의 특성 이해해야 좋은 아버지 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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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형경
소설가

언젠가 이 지면에서 자녀들이 출생 순서에 따라 다른 성향을 갖게 된다는 가족 체계 이론을 소개한 적이 있다. 첫째 아이는 가족의 페르소나를 담당하며, 부모의 기대와 요구를 수용해 그것을 성취해 낸다. 심리적으로는 아버지와 동일시되어 있다. 둘째 아이는 페르소나 뒷면의 무의식을 담당한다. 부모가 인식하지 못하는 감정을 물려받으며, 심리적으로는 어머니와 연합한다. 요즈음 텔레비전에 방영되는 한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세쌍둥이를 보면 그것이 잘 보인다. 첫째 아이는 이미 사회성과 리더십,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태도를 보인다. 둘째 아이는 자주 생각이 많은 표정을 짓는데, 무의식을 떠맡아 머리와 가슴을 통합하려 애쓰는 게 아닌가 싶다. 무의식과 함께 따라오는 특별한 감수성과 언어적 재능도 보인다.

 미국 심리학자 존 브래드쇼의 가족 체계 이론을 소개하면서 그 당시에 덜 말한 것이 있다. 그 이론은 셋째 아이가 관계 맺기에 주력한다고 설명한다. 첫째가 아버지와, 둘째가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셋째는 다른 곳에서 특별한 관계를 맺을 사람을 찾아낸다. 예능 프로그램의 세쌍둥이 중 셋째 아이가 그 사실을 잘 보여준다. 벌써 자기만의 특별한 애착관계를 만들고, 어디를 가든 누나를 찾아내어 서슴없이 손을 잡는다. 겉보기에는 부모에게 관심 없는 듯 행동하지만 내면에서는 누구보다 예민하게 부모를 의식하는 상태라 한다.

 넷째 아이는 화합과 평화를 지향하는 특성이 있다. 넷째 아이 눈에 가정은 많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혼돈과 갈등의 현장처럼 보인다. 넷째는 가족들의 숨은 문제까지 간파하며 그 모든 일에 책임을 느낀다. 집안이 평화로울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족의 마스코트를 자처하거나 희생양이 되기도 한다. 다섯째 아이부터는 첫째가 갖는 특성부터 차례로 지니게 된다. 요즈음 많은 외동아이는 출생 순서에 따른 모든 역할을 한 몸에 떠맡는다. 부부관계가 기능적인 경우 외동아이는 최고의 존재로 성장하고, 역기능 가정에서는 그 반대의 결과가 된다.

 도토리 속에는 상수리나무가 될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필요한 것은 울타리와 햇살과 바람뿐이다. 부모의 일은 자녀가 어떤 나무의 씨앗인지 알아보는 게 먼저일 것이다. 출생 순서에 따른 자녀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자녀의 욕구에 맞는 햇살을 제공하고, 결핍을 채워줄 바람을 보내줄 수 있다. 가정의 달, 남자의 아버지 역할을 염두에 두어 보았다.

김형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