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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뺨치는 호화 생활 자랑하더니…중국판 된장녀의 말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1년 어느 날 중국적십자사로 기탁되는 성금이 갑자기 줄어들기 시작했다. 성금은커녕 비난과 항의가 쇄도했다. “성금을 엉뚱한 곳으로 빼돌려 적십자회 임원의 사치 생활 자금으로 쓰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세간에 무성하게 퍼진 것이다. 부랴부랴 원인을 조사해 보니, ‘중국적십자회 상업담당 사장’이라고 자처하는 궈메이메이(郭美美)란 여성의 사치 행각 때문이었다.

갓 20세의 나이에 한대에 수십억 원이 넘는 이탈리아제 스포츠카를 몰고, 각종 명품과 보석으로 치장하는 사치 호화 생활을 사진과 함께 블로그를 통해 스스럼없이 과시해 온 궈는 이미 인터넷에선 유명인사였다. 그런 그가 자신을 적십자회 임원을 사칭한 게 일의 발단이었다. 더구나 당시 적십자사의 궈창장 부회장은 그녀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뒤를 봐주는 친척으로 몰렸다.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열고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궈메이메이의 블로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사치품과 어지간한 재벌 뺨치는 호화 생활을 자랑하는 자기 과시의 공간이었다. 가령 “이 카르티에 시계는 18살 때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인데 가격이 18만위안(약 3500만원)이다”라거나 “어제는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베팅을 했는데 모두 60억 원어치의 칩을 샀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네티즌들은 부러움 반, 질시 반으로 블로그를 클릭했고 그는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그는 자신의 ‘미모’도 거액을 투자해 100% 성형한 얼굴이란 것까지 당당히 밝혔다. 그렇게 유명세를 타면서 광고모델로 발탁됐다. 또 ‘궈메이메이 공작실’이란 이름의 연예기획사를 차려 자신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영화를 제작하고 음반을 발표했다.

네티즌들은 처음엔 어느 졸부의 철없는 딸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네티즌들과 스캔들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중국 잡지들의 추적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그는 한때 베이징영화학원 진학반에 적을 뒀던 사실이 밝혀졌다. 장이모·천카이거 등 거장 감독과 유명 배우를 배출한 영화 명문대학의 정규과정에 들어가기 직전 코스였다. 주변인들의 증언에 의해 그 시절부터 그녀는 돈을 아끼지 않는 사업가들과 교제를 시작했고, 수시로 파트너를 바꿔가며 ‘재산 축적’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 잡지는 “모 사업가는 생일 선물로 스포츠카를 갖고 싶다는 그녀에게 차 대신 현찰 240만위안(약 4억5000만원)을 주었다”고 썼다. 궈메이메이의 비서는 “파트너가 수시로 바뀌었고 눈에 안 띄게 호텔을 잡는 게 내 중요 업무였다”고 말했다. 세간에선 궈의 파트너 중에 권력층이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돌아다녔다. 궈메이메이의 가족은 ‘셀레브리티’와는 거리가 멀었다. 부친은 사기, 이모와 외삼촌은 성매매알선과 마약 등의 화려한 전력이 있었다. 궈메이메이의 자금원에 대해서도 의혹은 무성했지만 뚜렷한 불법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고, 그는 이런 생활을 3년간 즐겼다.

여론이 들끓는 걸 보다 못한 사법당국이 나선 건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기간이었다. 경기 결과를 맞추는 불법 내기도박장을 개설하고 부유층 지인들을 불러들여 판돈을 걸고 ‘하우스 비’로 수익을 올린 것이다. 베이징 법원은 21일 궈메이메이를 불법도박 협의로 정식 기소한다고 발표했다. 법정 최고형 10년의 형이 부과되는 혐의다. 추가 조사를 통해 다른 혐의가 보태질 수도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사필귀정이라며 인터넷 공간을 달궜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사진 궈메이메이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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