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의 재개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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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적은 북적에 대해 73년8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찾기 남북적식자회담을 이달안에 다시열것을 제의했다.
한적의 유창순총재는 지난4일 인천에서 수재물자하역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배편으로 북적의 손성필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이산가족들간에 소식을 주고 받고 재회의 길을 트는것은 우리겨레 전체의 간절한 염원인 동시에 남북 적십자인들이 수행해야할 엄숙한 사명으로서 더이상 미룰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남북적회담은 74년8월12일의 한적제의로 시작되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7차례의 회담을 가졌었으나 73년8월28일 북한측의 일방적인 중단선언으로 단절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른바 평양의「8·28선언」으로 그동안 진행되던 남북조절위 회담과 서울∼평양 직통전화 회선도 끊겨 남북사이엔 모든 통로가 막혔다.
이같은 냉전구조는 최근 북적의 수재물자 제공 제의와 우리측의 수락으로 새로운 변화의 실마리를 찾게 된것이다.
한적의 회담재개제의와 때를 같이하여 대한체육회의 노태우 신임회장도 4일 북한에대해 지난8월 이후 결렬상태에 있는 남북체육회담을 조속히 재개하자고 제의했다.
수재물자 이후 우리측이 제의한 이두개의 회담재개 요청에 대해 북한측은 아직 아무런 대답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3일 북적의 손성필이 수재물자 전달을 계기로 재개된 남북 직통전화를 계속 운영해 나가자고 하면서 『경제분야에서도 쌍방간의 접촉과 대화가 이루어져야하며 체육회담 재개와 문화분야의 함작과 교류도 조속히 실현돼야한다』고 말한 점에 유의하는 바이다.
이에 앞서 김일성도 일본사회당의 「이시바시」(석교정사)위원장을 만나 『정치적인 회담은 어렵더라도 남과 마음이 연결되면 체육·예술이나 과학자의 교류도 나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대화를 하고싶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얼마전 까지도 우리 당국과의 대화를 무작정 거부만해온 평양으로서는 중대한 변화라고 볼수 있다.
다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진실성과 진지성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일성과 손성필이 체육교류를 말할 당시 노동당 정치국원으로 대외정책에 큰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전외상 허담이 일본기자들과 만나 88년 서울올림 을 반대한다는 뜻을 명백히 했기 때문이다.
한편 IOC(국제올림픽위원회)당국은 88년 올림픽 때 일부 종목의 경기를 북한에서 여는 문제를 놓고 우리 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는것으로 보도된바 있다.
어쨌든 지금 남북관계는 여러분야에서 변화의 징조를 보이고있다.
우리정부는 이미 오래전부터 언제 어디서든지 만나 무슨 문제라도 논의하겠다는 보편적인 개방 원칙을 제시해 놓고 있다.
특히 전두환대통령은 남북한 최고책임자의 상호방문(81·1·12)과 북한을 포함한 공산권내 우리동포의 자유왕래허용(82·8·15)을 약속했다.
지금 대화의 분위기는 충분히 성숙됐다. 이제는 우리 제의에 북한이 긍적적으로 대응하는 것만 남았다.
평양의 지도자들은 민족적 사명감을 가지고 진지한 자세로 대화의 광장에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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