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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장경제 안가르치고 경제 잘되기 바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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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청소년들에게 경제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100점 만점에 52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 절반 정도를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다는 얘기다. 가르치는 교사의 수준이 이럴진대 배우는 학생들이 얼마나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있을지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한국경제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청소년 경제교육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는 우리나라 청소년 경제교육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외대 박명호 교수는 "경제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가운데 25.5%가 임용될 때 사회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으로 임용됐다"고 지적했다. 경제담당 교사의 4분의 1은 아예 경제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상태에서 청소년들에게 경제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여건에서 학생들이 시장경제 원리를 제대로 익혀 건전한 경제상식을 갖추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말 "국민이 시장경제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된 데는 부실한 경제교육의 탓이 크다"는 권남훈 건국대 교수의 발표와 맥을 같이한다. 반(反)시장.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왜곡된 교과서로 시장경제 원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교사들이 가르치는 경제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줄지 참으로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렇듯 총체적으로 부실한 경제교육을 받았으니 사회에 나와서도 '기업의 목표가 영리 추구가 아니라 공익 추구'라거나 '시장경제의 속성상 필연적으로 부정부패나 빈부격차를 낳는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잘못된 경제교육의 폐해가 개인의 경제적 성취를 가로막을 뿐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마저 저해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무지(無知)와 곡해(曲解)는 무기를 버리고 전장에 뛰어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제교육은 이제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에게 최소한의 생존능력을 부여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경제교육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