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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심판홍은아의여기는프리미어리그] '끔찍한 최악의 태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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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영표(右)가 5일 데이비드 소메이(左)의 거친 태클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있다. [맨체스터 AP=연합뉴스]

이영표 선수가 지난 5일 새벽(한국시간) 부상하는 장면을 보신 분들은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다행히도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네요.

덩치 큰 유럽 선수들 사이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는 이영표 선수의 플레이를 보며 이제 잉글랜드 축구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팀 플레이에 완전히 녹아들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특유의 돌파력으로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주고, 헛다리 짚기를 하며 상대 수비를 제치고, 필요할 때 수비를 확실히 하고…. 이영표 선수가 그러더군요. "축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수비를 잘해야 해요. 또한 경기를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격을 잘해야 하고요. 수비수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공격수도 수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훌륭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수비수이지만 공격을 마음껏 하는 편이에요."

최근 몇 경기에서는 자신의 주임무인 수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네요. 아마도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는 목표 때문에 마틴 욜 감독이 '수비 우선'을 강조하지 않았을까요?

후반 이영표 선수를 향한 데이비드 소메이의 태클은 충돌 순간 '다쳤겠구나'라고 느낄 만큼 끔찍한 것이었죠. 그 이전에 토트넘의 마이클 브라운이 맨체스터 시티의 조이 바튼에게 한 태클도 상당히 위협적이었고요.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주심이 이영표 선수에게 행해진 반칙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요. 오늘(6일) 소메이에게 3경기 출전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네요(그러나 소메이가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해 최종 결정은 10일 징계위에서 결정된다). 소메이의 태클을 리플레이를 통해 본 제 외국인 친구들은 즉시 퇴장감이라고 외치더군요.

여기서 잠깐! 사실 느린 화면을 보면 누구나 쉽게 파울이다, 경고(퇴장)다 얘기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심판이 그라운드에서 뛰면서 내린 판정과 나중에 리플레이 된 화면을 봤을 때는 다를 때가 종종 있어요(수십 개의 카메라가 각도마다 배치되어 있는 것도 심판에게는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하지요). 저는 경기를 볼 때 심판의 판정, 위치 선정, 상황 대처법 등을 위주로 보거든요. 매 경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보다 보면 90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요.

어쨌거나 소메이의 행동은 볼을 보고 플레이 한 것이 아닌 사람을 보고 들어간 난폭한 것이었던 게 틀림없어요. 영국 언론은 소메이의 행동을 'disgraceful(불명예스러운)''horror(끔찍한)' 태클이라고 표현했어요. 또 이영표 선수가 '지금까지 자신이 당했던 태클 중 최악이었다(Lee said it was the worst tackle ever.)'고 한 말을 연일 높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어요.

물론 맨체스터 시티의 스튜어트 피어스 감독은 "소메이가 이영표가 차는 볼을 자신이 맞을까봐 보호하기 위해 그 행위를 한 것인지, 의도적으로 이영표를 찼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의 상벌 기록(displinary record)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는 'nasty player(비열한 선수)'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선수를 보호하는 발언을 했지요. 그러나 여론은 그의 말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네요. 이영표 선수의 부상을 걱정한 마틴 욜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결정에 만족한다면서 "그 행위는 태클이 아니라 'kicking(발로 찬 것)'이었다"고 다시 강조했어요.

이렇게 선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행위는 운동장에서 근절돼야 합니다. 내 몸이 소중한 만큼 다른 선수의 몸도 중요하다는 '프로의식, 동업자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국제심판 홍은아 <영국 러프버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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