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의 계절, 남성 10명중 1명만 '썬크림 바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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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남성들은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갗을 태우고 심하면 화상까지 일으키는 자외선 A는 7~8월 한여름이 피크인 반면, 피부 깊숙한 곳에 있는 콜라겐을 파괴해 피부를 늙게 하는 자외선 B는 5~6월이 가장 강해 초여름에도 자외선을 피하는 데 신경을 써야한다.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윤현선 교수팀이 2013년 7~9월 동안 이 병원 피부과를 찾은 46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규칙적으로 썬크림을 사용한다’는 남성은 9.5%에 그쳤다. 남성 10명 중 1명 만이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사용하는 셈이다. 반면 여성은 꾸준히 썬크림을 사용하는 비율이 41.4%에 달했다. 자외선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비율도 남성(22.5%)이 여성(3%)보다 7.5배가 높았다.

연령별로도 격차가 컸다. 썬크림을 규칙적으로 바르는 비율은 외모에 관심이 많은 30대가 51.5%로 가장 높았고 10·20대(46.4%) 40대(44.3%) 50대(41.3%)순이었다. 그러나 60대 이상에선 그 비율이 20%에 그쳤다.

소비자가 썬크림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SPF(자외선 B차단지수)’였다. SPF30 이상인 썬크림을 고르는 경우가 83.3%였다. 자외선 A를 막아주는 ‘PA’에 대해선 ‘모른다’는 사람이 26%나 됐다. 일반적으로 의학계에선 썬크림 SPF30 이상인 제품을 외출하기 15~30분 전에 바르는 것을 권장한다.

썬크림을 사용하는 이유로는 잡티ㆍ검버섯ㆍ기미 예방(37.4%)을 위해서란 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피부가 전체적으로 검어지는 것을 예방(30.5%), 일광화상 예방(13.8%), 주름 예방(5.9%), 피부암 예방(4.4%) 등을 꼽았다. 썬크림 외에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모자(49.6%)ㆍ선글라스(41.2%)ㆍ양산(25.2%)ㆍ긴 옷(21.1%) 등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윤 교수팀은 논문('한국인에서 일광노출과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인식과 사용 행태 연구')을 통해 “잡티ㆍ검버섯ㆍ기미ㆍ검은 피부색 등은 대개 자외선 A에 의해 유발된다”며 “우리 국민은 자외선 A를 차단하는 정도인 PA에 대한 인식이 아직 태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날씨나 시간대에 관계없이 하루 1시간 정도의 자외선 노출은 피부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널리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구권 나라들에선 자외선의 유해성과 자외선 차단의 필요성을 알려 피부암 발생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다.

피부암 발생이 가장 많은 호주에선 1980년부터 국민들에게 ‘slip, slop, slap and wrap’이란 슬로건을 내걸었다. 긴 팔 셔츠 입기, 선크림 바르기, 모자ㆍ선글라스 착용하기를 권장한 것이다. 현재 호주 국민의 74%가 선크림을 사용 중이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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