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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책 속에서 꼬리치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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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행복한 강아지 뭉치』에서.

언제부터였던가, 아동문단에 개에 관한 동화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귀신을 쫓을 만큼 용감한 삽살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진돗개, 어느 동네에서나 볼 수 있는 똥개, 요크셔테리어, 푸들 등 주인공도 참으로 다양하다. 그 중 어린 독자들을 위해 다섯 권의 동화를 골라 보았다.

우선 1997년 초판 이후 수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송재찬의 '돌아온 진돗개 백구'(대교출판)를 빼놓을 수 없다. 진도에서 살던 백구가 개장수에게 팔려 대전으로 갔다가 우여곡절 끝에 300㎞나 되는 먼길을 돌아온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백구가 그토록 먼길을 되돌아올 수 있었던 건 고향과 주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서 백구의 우직하고 순수한 사랑 앞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박기범의 '어미개'(낮은산) 또한 곱씹어 읽을 만하다. 주인공 감자는 새끼를 낳기만 하면 개장수에게 내주고, 또 내준다. 가난한 주인 할머니는 그게 못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려서 부모를 잃고 남편, 자식과도 헤어져 홀로 살아가는 탓에 누구보다 감자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 식구처럼 서로 의지하며 살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숨을 놓았다. 그 후 상수리나무 묻힌 할머니와 굴참나무 밑에 묻힌 감자가 각각 어린 나무로 태어나 마주보며 웃고 산다는 내용이다. 슬픈 내용인데도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훈훈해져 오는 동화다.

그런가 하면 이미애의 '행복한 강아지 뭉치'(푸른책들)는 어딘가 성격이 느긋하고 늘 긍정적인 강아지 뭉치 이야기다. 신발만 보면 신발 코를 물어뜯고 싶어하는 사고뭉치지만 늘 아빠처럼 늠름한 개가 돼야지, 다짐하기도 한다. 뭉치는 주인인 노을이와 노을이를 왕따시키는 친구들이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고, 작은 일에도 늘 티격태격하던 이웃과도 담을 허물만큼 친하게 해주는 등 모든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주는, 한번쯤 꼭 키워보고 싶어지는 귀여운 강아지다.

『엄마에게는 괴물, 나에게는 선물』에서.

길지연의 '엄마에게는 괴물, 나에게는 선물'(국민서관)에는 어느 날 길에서 주워온 강아지 몰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엄마와 딸의 크고 작은 실랑이가 상쾌하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끝부분을 읽을 때쯤이면 몰라가 딸과 엄마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주는 사랑의 끈이었다는 걸 알고는 저절로 웃음이 벌어지게 만들고, 일러스트도 산뜻하고 따뜻해 읽는 이의 마음을 꽃밭에 들어온 듯 환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박자경의 '개똥 한 자루와 친구들'(계수나무)은 좀 특별한 동화다. 똥개 개순이의 엉덩이에서 막 빠져나온 개똥 한 자루는 이 세상에 대해 기대가 참 많았다. 하지만 그 누가 개똥을 좋아하겠는가. 그래도 개똥 한 자루는 실망하지 않고 자기만의 여행을 떠나지만 날이 갈수록 통통하고 귀여웠던 몸은 점점 볼품없어 졌다.

그러던 어느 날 딱새 똥에서 찔레나무 싹이 나오는 걸 보곤 소중한 꿈을 꾸게 되고, 어느 날 자기도 단풍나무 싹을 틔우게 한다. 개똥 한 자루가 이처럼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나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참자, 앞으로는 이보다는 좋은 일이 일어날 테니까'라며 스스로 주문을 거는 게 아니었을까. 밝은 생각은 늘 기적처럼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해준다는 걸 개똥 한 자루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다섯 편의 동화를 살펴보았지만 사실 이 외에도 좋은 동화가 많다. 개띠 해, 마음에 와 닿는 개 이야기 한 편 읽는 건 어떨까.

이규희(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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