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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용 해외부동산 매입 송금한도 연내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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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국인이 거주할 목적으로 해외 부동산을 사기 위해 송금할 수 있는 한도가 올해 안에 완전 폐지된다. 송금 때 한국은행에 신고토록 한 규제도 거래은행에 하면 되도록 간소화됐다. 아울러 개인이 해외에 사업을 하기 위해 투자(직접투자)할 수 있는 한도가 연내 폐지된다. 수출 중소기업이 환율변동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 보험'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권태신 재정경제부 제2차관 주재로 금융감독위원회.산업자원부.한국은행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환율 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권 차관은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는 외환 및 금융 당국에 부여된 권한과 역량을 최대한 동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개인의 해외투자 규제를 터주면 해외 부동산을 사거나 직접투자를 위한 달러 수요가 늘어 공급 우위인 외환시장의 달러 수급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날 개인의 해외 부동산 구입 한도도 현행 50만 달러에서 100만 달러로, 해외 직접투자는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확대해 즉시 시행키로 했다. 단 해외 부동산을 살 때는 2년 이상 외국에서 살아야 하고, 이를 사후적으로 거래은행에 증명해야 하는 요건은 그대로 남는다. 2년 안에 귀국하면 귀국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부동산을 팔아야 한다.

이와 함께 외환거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환투기 행위가 포착되면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공동검사권을 발동해 엄중 대처키로 했다. 당분간 긴급하지 않은 해외 차입은 억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원화 환율은 990원 선 회복에 실패했다. 원화는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80원 오른 988.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오전에는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로 환율이 한때 996.9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정부가 '구두 개입'에 그쳤을 뿐 실제 개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자 오후 들어 다시 밀렸다. 외환은행 구길모 과장은 "구두 개입은 적절했으나 이를 받쳐주는 물량 개입이 없어 힘을 받지 못했다"며 "그나마 환율이 반등한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경민.김동호 기자

[뉴스 분석] 떡본 김에 …
외환위기 탓에 억눌러온 개인 해외투자 규제 풀어

정부가 이날 내놓은 환율 안정 대책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시장을 거스르는 직접개입보다 달러 수요를 자극하는 방안(해외투자 확대)을 택했다는 것이다. 2004년 정부는 환율 투기의 온상으로 지목된 '역외선물환(NDF)시장'을 직접 규제했다가 낭패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규제는 일시적으론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2004년 하반기 이후 환율 급락을 불러온 원인이 됐다. 정부가 입은 손실도 컸다.

다른 하나는 외환위기 때문에 망설여온 개인의 해외투자 규제를 이번 기회에 터준 것이다.

실수요용 기업의 해외투자는 이미 다 터줬지만 개인에 대해선 외화 도피 우려 때문에 막아왔다.

그러나 이미 음성적인 해외투자가 도를 넘어섰다. 정부가 이를 다 규제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국내에 달러가 넘쳐나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오를 때 이를 양성화해 건전한 해외투자를 유도하는 게 낫다고 본 것이다.

더욱이 수출이 계속 잘돼 10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가 매년 나고 있다. 이 때문에 개인의 해외투자로 자본수지에서 약간의 적자가 나더라도 경제에 미칠 충격은 크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의 첫 카드는 환율 대책으론 약했다는 평가도 있다. 음성적 해외투자를 양성화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새로 창출할 달러 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 7월 개인의 해외 부동산 구입 한도를 늘려준 뒤 실적이 27건 873만 달러에 불과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떨어지는 환율을 떠받치기 위해선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더라도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다만 그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가 정부의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싱가포르.홍콩 등의 NDF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역외시장을 통한 외국인의 시장 교란에 대처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아예 국내시장 진입 규제를 확 터줘 역외시장을 국내로 흡수하는 게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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