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나라살림 어떻게 짜여졌나|세금 움츠러들 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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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 세수계획도 매우 의욕적이다. 물가가 오른 만큼 봉급자 세금은 줄여 주는 물가조정 감세도 안 한다.
정부에서 쓰는 것 보다 거두는 것을 훨씬 많게 하여 8천7백91억원의 흑자를 내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꺼번에 이토록 많은 흑자를 내면서 세금을 많이 거둬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만 하다.
85년 예산(안)에 계상된 내년 총 조세 (내국세·판세·방위세·교육세·전매익금·지방세) 징수액은 13조4천5백16억원으로 금년 예산상의 목표 13조8천7백11억원 보다 13·3% 높다.
금년에 실제 걷히는 세금은 당초 예산보다 5천5백억 원정도 많을 것이므로 내년의 실제 증가율은 8·2%정도라는 것 이 정부설명이다.
그러나 내년 세금의 실제 징수도 예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 예산상의 증수 율이 낮다 해서 세금부담 감이 가벼워지리라고 기대 하는 것은 좀 이르다. 세금부담률은 어떻든 높아지게 되어 있다.
정부는 올해 실제 부담한 세금보다 8∼9%를 내년에 더 거둬들이는 것은 절대 무리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세금에 큰 신경을 안 써도 경제규모가 커지고 (내년도 GNP실질성장 7·5%)물가가 2%정도 오른다 치고 수입이 늘어나게 되어있어 자연증수분 정도만 세수 확보가 무난하다는 판단이다.
재무부 설명에 따르면 84년도 국세징수 전망이 10조9천4백6억 원, 내년도 예산국세가 11조8천1백99억원으로 국세는 8천7백93억 원이 늘어나게 되는데 현행세법대로라면 가만히 앉아서도 세수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증수 1조8백1억 원, 세율 구조상의 누진효과 2백34억 원 등의 세금이 더 들어오나 내년부터 관세환급절차가 바뀌어 관세가 9백52억 원이 덜 들어오고 전매익금 8백93억 원과 기타가 3백97억 원이 줄어 결국8천7백93억 원의 국세 증수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지방세의 경우는 농지세를 감면할 예정으로 있어 약8백억원의 세수감소가 전망되는데 담배 판매세를 신설하면 8백93억원의 세수를 올릴 수 있어 역시 올해보다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내년 조세부담 증가로 국민 한사람에 조세부담은 올해 예산에서 29만6천원이던 것이 내년에는 32만6천원으로 3만원이 더 늘어난다. 83년에는 28만7천원이던 것이 매년 늘어만 가고 있다. 올해 조세 징수 전망치 기준으로는 국민 한사람에 조세부담액이 30만6천원 이어서 내년예산조세와 비교하면 2만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5인 가족기준으로 하면 올해에는 1백53만 원 꼴로 세금을 내던 것이 내년에는 1백63만원 꼴로 늘어난다.
정부는 올해 조세부담률19·6%가 내년에는 19 .3%로 떨어지고 일본의 24%(83년), 미국 21·6%, 영국32·0%, 서독23·7%보다 낮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은 숫자 놀음이다.
선진국에서는 국민이 낸 세금 중 많은 부분이 교육·의료·연금 등 사회적 이전지출로 국민들에게 되돌아가는 것을 계산에 넣어야한다.
결국 세 부담을 낮추려면 세법을 개정하여 세율을 낮추거나 세경감을 해주는 길이 제일 빠르다. 그러나 정부는 87년에 가서나 세법을 고칠 생각이다.
85년에 방위세법, 86년에 교육세법 등의 시한이 끝나고 86년에 실명제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에 86년에 가서 세법개정을 하여 87년부터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국세 중 내국세 증가율은 지난해 예산국세보다 14·1% 더 걷게되는데 특히 소득세는 12·6%, 법인세는 17%, 특소세는 16·5%, 부가세는 10·7% 증수를 기대하고있다. 그만큼 경기가 괜찮을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세수가 안 좋아 8월부터 내국세 징수실적이 떨어지고 있다.
경기후퇴는 이미 나타나고 있으므로 내년 세수도 꼭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재무부의 설명이다. 내년 예산안의 골격은 올해 상반기 경기·세수가 좋을 때 짜여진 것이다.
유일하게 내년에 세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은 농민이다.
근로소득세와 비교하여 세부담이 무거운 농민에 대해 정부는 내년부터 농지세를 약간 낮춰줄 계획이다. 총 농지세 경감 액은 약8백억 원.
세금은 예산에서 책정한 수준보다 항상 더 걷히는 것이 상례다. 정부에서 징세정책을 그렇게 다루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 만일 경기라도 크게나빠지면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세 부담감은 더 높아질 것이다. <김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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