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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의 길 여는 자율주행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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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수봉
보험개발원장

독일의 자동차회사 메르세데스 벤츠의 창업자인 칼 벤츠는 1878년 “말과 마부 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1886년 휘발유로 움직이는 최초의 자동차를 선보였다. 벤츠는 율리우스 간스와 프리드리히 본 피셔의 투자를 받아 1894년 최초로 자동차 대량 생산에 성공했다. 이후 20세기 들면서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됐다. 이때부터 자동차라는 ‘파괴적 혁신기술(disruptive innovation technology)’의 등장으로 여타 산업과 인류의 생활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바쁜 출근시간 차 안에서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즐기고 인터넷으로 신문과 이메일을 검색한다. 아예 회사 정문 앞까지 쭉 자면서 갈 수도 있다. 회사에 내려준 자동차는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 주차난도 해결해준다. 곧 다가올 짜릿한 현실이다.

 21세기 현재 인간까지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자동차 개발이 한창이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인 벤츠, BMW, 아우디, 닛산, 도요타 뿐만 아니라 전기차 회사 테슬라,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 정보기술(IT)회사인 구글, 애플까지 자율주행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모두가 자동차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경쟁 중이다. 한국 정부도 지난 6일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2020년까지 고성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탑재한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수 있게 지원하고,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2017년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발표했고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도 2020년까지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다. 이미 운전자에게 주변 위험을 경고하는 초기 단계의 자율차량기술은 상용화됐다. 운전대와 페달을 제어하는 능동제어단계와 특정구역에서만 운행하는 제한적인 자율주행단계를 거쳐 모든 상황에서 완전 자율운행이 가능한 최종 단계까지의 상용화가 불과 수년 후라고 하니 코앞에 다가온 삶의 변화가 자못 기대된다.

 자율주행차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에 가져온 변화에 버금가는, 아니면 그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히 운전행위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자동차와 관련된 수많은 산업과 직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개념이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돼 지방자치단체 또는 아파트 단지별로 보유돼 자동차의 보유대수가 줄어들고 주차 전쟁에서도 벗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자율주행차의 보급으로 교통사고의 약 90%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예측이 현실화 된다면 자동차보험업과 자동차정비업, 의료산업의 지각 변동은 불가피하다. 충돌 안전성 확보에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쏟아 붓던 신차 개발의 개념이 달라져야 할 것이고, 교통시설물의 모양과 기능도 변하게 될 것이다. 그밖에도 대리운전, 교통법규, 물류·운송, 중고차 거래, 운전면허 관리 등 여러 영역에서의 변화를 일일이 헤아리기 어렵다. 자동차와 직접 관련이 없는 미디어산업과 광고업계는 물론 통신시장, 요식업계도 자율주행차가 최대 잠재시장으로 평가된다.

 빠른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위치기반기술, 인식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이 어우러져 기술적인 면에서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조만간 이루어질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급속한 보급에도 불구하고 20~30년 동안은 기존 자동차와 자율주행차의 공존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기존 차량과의 공존방법을 비롯해 보험제도, 테러나 고의사고와 같은 악의적 사용에 대한 대비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저성장, 저고용에 신음하고 있다. 한국이 이를 돌파할 방법은 파괴적 혁신기술 외에는 없을 듯하다.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기존 휴대전화 시장의 판이 바뀐 것처럼 자율주행차도 기존 기술을 위협할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역사가 증명하듯 지속적 혁신만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고 나아가 우리의 삶과 세상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이번에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를 팔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김수봉 보험개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