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동유수지 배수문 왜 무너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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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의 수재지구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이재민을 낸 망환동 유수지 배수갑문 도괴 사고는 과연 막을수 없었는가.
뜻밖에도 많은 가옥침수등 피해를 내고 6만여명이 대피소동을 벌인 사고를 놓고 피해주민들은 시공회사측의 잘못 때문이였다고 「인재」 임을 주장하고있다.
문제의 유수지사고 원인을 알아본다.

<원인추정>
서울시는 배수갑문이 유수지 안쪽재방에서 떨어져 내리기 2∼3시간전부터 배수문 양쪽 시멘트벽 사이로 흙탕물이 솟아올랐다는 점을 중시, 배수문 배수박스 또는 배수박스 매설공사에 잘못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다.
유수지옆의 망원 2동 신원연립에 사는 안상술씨 (53)등 주민들은 2일 상오 8시쯤 유수지배수문(가로 7·2m, 세로2· 4m)과 양옆 제방의 접합부분에서 흙탕물이 한뼘정도씩 솟아오르는것을보고 동사무소와 마포구청에 전화로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30분 뒤인 상오8시30분쯤 망원유수지 전공 김대서씨 (47)가 순찰도중 똑같은 현상을 발견하고 역시구청에 신고했다.
다시 한시간 뒤인 상오9시30분 쫌에는 배수문 양옆 제방의 시멘트와 흙벽이 2m정도씩 떨어져 내리고 10시30분쯤에는 시멘트 배수관 끝에 붙어있던 배수갑문이 떨어지면서 유수지 안쪽으로 4∼5m 쯤털썩 주저앉고 한강물이 콸콸 용솟음쳐 올라왔다는 것. 이와함께 배수문 양쪽 제방이 각각 10m씩 떨어져 나가고 제방위 도로가 일부 금이 가면서 내려앉았다.
이같은 목격담으로 미루어 사고의 발단은 처음 조금씩 솟아오르다가 커진 물줄기이며 이 물줄기는 배수시설의 잘못에서 나온것이라는 것이다.
배수문 옆으로 물이 솟아오르려면 대체로 3가지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토목기술자들의 의견이다.
첫째 배수문에서 제방넘어 한강쪽 토구에 이르는 배수관 (시멘트박스) 옆 흙사이에 틈이생겨 외수의 수압으로 물이 들어온 경우. 이것은 배수관 매설때 공사를 부실하게 해 흙을 제대로 다지지 않았다는 말이된다.
둘째는 배수관로를 역류해 들어온 물이 강력한 수압에 의해 배수관과 배수갑문 사이로 솟아나온 경우.
이것은 공사를 하면서 배수관 끝쪽에 배수갑문을 튼튼하게 부착시키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세째는 땅속의 배수관 어느곳엔가 금이 가 이 사이로 물이 스며들고 이물이 배수관 옆을따라 안폭으로 스며든 경우.

<시공>
이것은 매설한 배수관이 불량품이었다는 말이 된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배수문과 배수관공사는 79년에 시공한 것으로 돼있다. 가로2·4m, 세로2 4m의 시멘트 배수박스 3개를 잇대어 강변도로 밑에 묻고 제방안폭에 배수갑문을 설치한것으로 성산대교와 대로 를건실하면서 함께 시공했다는것.
망환동유수지에 5년간 근무했다는 전공 박기정씨 (34)는 『79년 이전에는 배수갑문이 지금의 반대쪽인 한강변 제방에 있었으나 보기 흉하고 사무실에서 멀어 성산대교 인터체인지를 만들면서 현위치로 옮겨 시설했다』 고 말했다.

<위치선정>
이 유수지는 당초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다. 위험수위인 10. 5m보다 2m나 낮은 8. 5m 범위안에서 견딜수있도록 수위 5·24m 지점에 설치한것. 이 때문에 한강수위가 5· 24m때부터 수압을 받기 시작했다.
즉 한강수위가 5m를 넘은것은 1일 상으 10시인데 이때 벌써 한강외수의 수압이 배수관에 가해졌다는 분석이며 배수문이 떨어져 나간 2일 상오 8시30분(당시 한강수위는 10·6m 까지 많은시간 동안 물이 새었으며 이를 발견치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주민과 유수지 관리직원이 2일상오8시30분 이전에 배수문 양쪽에서 물이 샌다는것을 구청에 신고했으나 2시간동안 전혀 손을 쓰지 않았다. 배수문이 떨어진 뒤에도 모두 당황해 대피대책에만 매달렸을 뿐 하오6시까지 7∼8시간동안 물막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한강에서 역류한 물은 2시간 반만에 유수지를 꽉채우고 망원ㆍ 성산· 서교·합정동등 7개 동에 도도히 홑러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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