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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에 두 명이 백혈병이라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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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대흥동 숭문고 2학년 8반 교실. 서른한 개 책상 중 두 곳이 비어 있다. 오영훈.김지헌군의 자리다. 오군이 지난해 8월 백혈병으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데 이어 두 달 뒤 김군까지 같은 병으로 여의도성모병원에 입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담임 박종석(32) 교사는 힘없이 말했다. "영훈이에 이어 지헌이까지 그렇게 되다니…. 지헌이는 특히 축구를 좋아해 체육부장까지 지낼 정도로 튼튼한 아이였어요. 감기 걸렸다고 조퇴하더니만…. "

반친구 전호경(16)군도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요. 굉장히 건강했거든요"라고 말했다.

친구들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섰다. 같은 반 친구들이 중심이 돼 헌혈증서를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100장 넘는 헌혈증서를 두 친구에게 전달했다.

직접 헌혈에 나선 친구도 40여 명에 이른다. 둘 다 혈액형이 A형이어서 친구들이 순서를 정해 헌혈을 하고 있다. 혈소판의 보관 기간이 5일밖에 안 돼 병원에서 피가 더 필요하다고 연락이 오면 부랴부랴 쫓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수업 빼먹고 가는 거죠. 며칠 전에도 다섯 명이 다녀왔어요. 아이들이 착해 서로 하겠다고 합니다."

박 교사는 오군과 김군의 상태에 따라 학급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얼마 전 영훈이 상태가 나빠져 반 전체가 침울했던 적이 있어요. 빨리 골수 기증자가 나타나야 할 텐데 큰일입니다. 다행히 지헌이는 누나 것을 받기로 했다네요."

정작 두 학생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친구들이 매일 전화 주고 문자를 보내요. 우리 둘도 가끔 연락하고요. 심심하다, 식사는 잘 하느냐, 뭐 이런 얘기를 해요. 참, 같이 나아서 즐겁게 학교에 다니자고도 했네요. "(김군)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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