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유시민 감싸기'로 레임덕 시작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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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여당의 한 의원을 입각시키기 위해 복지부 장관 자리를 비워 놓고 대통령이 여당 설득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여당의 최고책임자를 빼내 장관에 내정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여당이 소속 의원의 입각에 이처럼 반발하며 아우성치는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것이 현 정권이 자랑하던 새로운 정치실험인가. 대통령이 여당의 자리매김을 마치 '아랫것'처럼 취급한 것이야 그들 내부의 일이라 치자. 그러나 정치를 희화화하고, 대통령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 '권위주의 타파'인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유 의원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당내에서 흔들어 댈 때 유 의원은 당 밖에서 도움을 줬고, 정권 출범 이후에도 언제나 대통령을 두둔하는 입장에 섰던 것은 사실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유 의원이 고마울 것이다. 그렇지만 유 의원에 대한 보상은 현 정권 들어 첫 재.보선에서 유 의원의 당선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충분했다. 같은 당 동료 의원들조차 그토록 반대한다면 유 의원의 처신과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여당 내 여론조차 읽지 못하고 유 의원의 입각을 추진한 인사는 책임져야 할 것이다.

유 의원은 이미 심각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그래도 노 대통령이 그의 입각을 밀어붙인다면 이번에는 공격의 화살이 대통령에게 날아간다. 그 일로 노 대통령의 레임덕은 여당에서 시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