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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 스마트워치, 시각장애인에게는 빛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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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점자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닷의 김주윤 사장과 동료들. 왼쪽부터 주재성 디자이너, 김 사장, 성기광 최고기술경영자(CTO), 임주환 엔지니어. [신인섭 기자]

금융과 정보기술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에서 남다른 아이디어와 앞선 기술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선 핀테크 강소기업을 조명한다. 한국 금융의 미래를 조각하는 주역들이다.

“거래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다 외우고 있는 계좌가 몇 개나 되나요.” 13일 인터뷰에서 김주윤(25) 닷 사장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인터넷뱅킹을 할 때나 현금입출금기(ATM)에서 돈을 뽑고 이체할 때 화면을 보지 못한다면. 모든 숫자를 귀로 듣고 확인해야 한다. 숫자 하나를 잘못 외우거나 ‘0’ 하나라도 잘못 찍는다면 큰 일이다. 바로 시각 장애인이 금융 거래를 하는데 겪는 어려움이다. 시각 장애인 전용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은 김 사장의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점(dot)을 뜻하는 회사 이름은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에서 따왔다. 같은 이름의 손목에 차는 점자 단말기를 만들고 있다. 오는 7~8월 정식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기존 점자 단말기보다 싸게, 작게, 편리하게 만드는 게 김 사장의 목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쓸 수 있는 시계형 점자 단말기다. 액정에 자리잡은 24개 작은 원기둥이 오르내리면서 숫자와 글을 점자로 표시한다.

 IBK기업은행과 손잡고 점자 스마트워치에 신용카드 사용 내역 확인, 예금계좌 거래 조회 등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김 사장은 스마트워치에 적용한 점자 표시기를 ATM에 다는 안도 구상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이 ATM 사용을 비롯한 은행 업무를 눈이 보이는 다른 사람에게 거의 전부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 낸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회사를 연 이후 300여 명을 만났다. 가장 중요한 고객이 될 시각 장애인부터 사회복지사, 투자자, 기술자 가리지 않았다. 그는 “핀테크는 거창한 게 아니다. 사소한 불편을 줄이는 데서 시작한다”며 “그래서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고 제품과 회사 경영에 반영할 생각”이라고 했다.

 수많은 기업이 경쟁하는 벤처시장에서 시각 장애와 점자란 한정된 영역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사장의 답은 명쾌하다. “복지사업도, 흔히 말하는 사회적 기업도 아니다. 수익이 목표”라고 했다. 근본적 계기도 있다. “벤처기업을 하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풀고 싶어하는 강한 욕망이 있다. ‘새로운 것, 돈이 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평생에 걸쳐 풀고 싶은 문제를 고민했고 장애와 질병, 가난 이 세 가지를 찾았다.” 대학교 1학년부터 창업에 도전해 4개의 회사를 열고 닫아본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김 사장은 “점자라는 작은 시장을 타깃으로 했지만 한국을 넘어 세계 점자 시장을 생각하면 승산이 있다”고 했다. 또 “핀테크와 ‘햅틱(Haptic·촉각)’ 기술의 결합은 시작 단계지만 발전해나갈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를 선도하는 회사로 커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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