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활성화 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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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문대학 교육이 충실화하면 4년제 대학입시의 그 격심한 경쟁과 혼란은 한결 나아지리라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사실 전문대학이란 교육과정을 신설한 목적도 4년제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일을 할 수 있는 중견인력을 양성, 공급하는데 있었다.
그러나 제도가 실시된지 5년이 넘도록 전문대학이 당초 목적했던 구실을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전문대학의 상당수는 입학정원 미달, 재학생의 학업중도포기, 기업체의 냉대로 인한 취업율 저조등으로 존립자체마저 위협을 받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예체능계를 비롯한 몇몇 전문대학을 빼놓은 나머지는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학력위주의 사회에서 간판구실도 못하면서 취업할 때는 고졸자만도 못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이 학력에 따른 임금격차를 줄이고 전문대학 졸업생에 대한 취업기회의 확대를 기업체에 거듭 요청하고 있으나 좀처럼 ?정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전문대학이 중견전문인력의 산실로서 구실을 못하는 것이 가장 주요한 이유임은 부인할 수 없다.
취직이 안되니 학생들이 몰리지 않고, 학생들이 안가니 운영이 제대로 안 되고, 운영이 어려우니 우수한 교수요원의 확보나 시설확충에 소홀해지는게 오늘날 전문대학의 실정이다.
문교부가 검토중이라는 대학측의 구율 결정에 따라 전문대 신입생의 일정비율을 출신고교장 추천만으로 선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전문대 추천입학제는 전문대학 활성화의 한 방안으로 수긍이 간다.
전문대학이 제구실을 못해온 이유의 하나는 그 과정을 독립적인 것이 아닌 정규대학 과정의 종속적인것으로 여겨온데 있었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은 교육과정으로서도 엄격히 구별이 되어야하는데도 그것이 없었던데 문제가 있었다.
중견전문인과는 거리가 먼 일반대 탈락자들이 마지못해 들어와 적성도 맞지 않고 마음에도 없는 공부를 한다면 그 과정이 공허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회나 기업에서 전문대 졸업생을 고교출신자 보다 오히려 냉대하는 것은 그런데서도 연유한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전문대 전형시기를 일반대학과 연결시키지 않고 별도로 정하고 실치 학과도 사업체의 전공별 인력수요에 맞추어 적절히 변경토록 하는 것은 당연한 착상이다.
당국이 종용하는 대로 임금격차를 줄이는 것이 전문대학을 살리는 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교육기관이 사회나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선행되어야한다는 견해 역시 설득력이 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력」 이란 어떤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를 느끼지 않고 자기 직분에 충실한 전문인들을 일컫는다.
전문대학 교육과정이 충실화되고 무엇보다 학생들이 자기의 적성과 능력에 따른 본분을 지킬때 전문대학은 자연 제자리를 잡고 사회적인 대우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추천입학제는 말하자면 들어가서 한눈팔지 않고 공부할 학생들만 뽑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전문대학이 제구실을 하는 것은 비단 중견전문 인력의 양성이란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현행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부담을 한결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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